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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07 Dec, 2025
'왜 서울 안 가세요?' - IR할 때마다 받는 질문
또 물어본다 강남 VC 사무실. 15층. 유리창 너머 테헤란로가 보인다. "제품 괜찮네요. 근데 왜 대전이세요?" 세 번째 질문이다. 오늘만. IR 자료 23페이지에 있다. '본사 위치 전략'. 준비했다. 외웠다. "제조업 고객사가 수도권보다 충청권에 많습니다." 파트너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또 묻는다. "그래도 서울 나오시면 채용이 쉽지 않을까요?" 준비한 답변 2번. "대전도 카이스트, 충남대 인재풀이 있습니다." "음..." 하고 넘어간다. 넘어간 게 아니다. 마음속에 남는다. '지방 스타트업'이라는 꼬리표. KTX 타고 왔다. 새벽 5시 40분. 8시 미팅 맞추려고. 2시간 30분. 노트북 켜고 IR 자료 수정했다. 근데 질문은 또 같다. "서울 안 가세요?"준비한 답변들 A4 용지 한 장. 프린트했다. 'FAQ - 본사 위치 관련'.제조업 B2B는 고객사 접근성이 중요. 충청권 중소 제조업체 밀집. 서울 대비 운영비 30% 절감. R&D 집중 가능. 정부 지역 균형 발전 과제 혜택. 올해 2억 받음. 대전 인재 풀 충분. 카이스트, 충남대, ETRI 출신들. 판교 영업 거점 있음. 김 대리 상주.다 맞는 말이다. 거짓 없다. 그런데 설명하면서도 알 수 있다. 상대방 표정이. '아, 그냥 못 가는구나.' 아니다. 안 가는 거다. 차이가 있다. 아내가 대전 공무원이다. 7급. 9년차. 서울 가면 퇴사다. 우리 집 안정적 월급이 없어진다. 아들 2살. 어린이집 적응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봐준다. 서울 가면 다 없어진다. 본사 이전 비용. 보증금, 이삿비, 직원 이동 수당. 계산했다. 5천만원. 지금 통장에 없다. 이걸 IR 자료에 쓸 수 없다. '가족 때문에', '돈 없어서'. VC들은 이해 못 한다. 그래서 포장한다. '전략적 선택'이라고.서울 출장 루틴 월요일 아침. 미팅 3개 잡았다. 8시 VC. 11시 파트너사. 2시 대기업 구매팀. 대전역 5시 40분 출발. 서울역 8시 10분 도착. 지하철 20분. 딱 맞다. 어제 저녁 짐 쌌다. 노트북, 충전기, IR 자료 인쇄본, 명함 50장, 휴대폰 보조배터리. 아내가 물었다. "몇 시에 와?" "7시쯤?" "저녁은?" "서울서 먹고." 아들이 안 놔준다. 가방 잡고 논다. 안아줬다. 30초. "아빠 가야 해." 택시 탔다. 대전역까지 15분. 6500원. KTX 정기권 끊었다. 월 48만원. 주 2회 왕복하면 이득이다. 지금 주 1.5회 타는 중. 손해다. 근데 어쩔 수 없다. 서울 미팅은 무조건 서울서 한다. VC들 대전 안 온다. 한 번도 없다. "혹시 저희 쪽으로 오실 수 있으세요?" 물어봤다. 예전에. "아, 저희가 미팅이 많아서요. 서울로 오시는 게..." 알았다. 안 온다는 거. 그래서 내가 간다. 새벽에.VC 사무실 풍경 강남. 테헤란로. 역삼. 선릉. 다 비슷하다. 15층 이상. 통유리. 커피 머신. 젊은 애널리스트들. 들어가면 프런트가 웃는다. "예약하셨어요?" "네, 8시에 최지방입니다." "잠시만요." 대기한다. 소파 앉는다. 커피 마신다. 이미 세 번째다. KTX에서 두 번. 파트너 나온다. 악수한다. "오느라 고생하셨어요." "괜찮습니다." 회의실 들어간다. 빔 연결한다. 노트북 화면 띄운다. "시작하겠습니다." 15분 발표. 10분 질문. 5분 잡담. 질문은 정해져 있다. "MRR이 얼마나 되세요?" "고객사 몇 곳이에요?" "엔지니어는 몇 분이세요?" "시리즈 A 계획은?" 그리고 마지막. "왜 대전이세요?" 또. "제조업 특성상..." 설명한다. 또. 파트너 고개 끄덕인다. 근데 눈빛이 다르다. '흠...' 하는 눈빛. 끝나고 나온다. 엘리베이터 탄다. 1층 내린다. 결과 나올 때까지 2주. 메일 온다. "검토 결과, 이번 라운드는..." 탈락. 다음 VC 찾는다. 강남. 테헤란로. 역삼. 선릉. 반복. 판교 부러움 김 대리가 보낸다. 카톡. "대표님, 여기 개발자 채용 공고 미쳤어요." 판교 스타트업. 시리즈 B. 3년차 개발자 연봉 7천. 우리는 4500 준다. 한도다. "그러게요." 답장 이게 다다. 김 대리 말 맞다. 판교는 다르다. 점심시간에 개발자들 우글우글. 카페 자리 없다. 네트워킹 자연스럽다. "어느 회사세요?" "저희 뭐하는 덴데..." 명함 주고받는다. 나중에 연락된다. 이직 제안, 협업 제안, 투자 소개. 우리는 그게 없다. 대전 유성구. 점심시간 백반집. "뭐 드릴까요?" "제육 하나요." 개발자 만날 일 없다. 다들 대기업이나 연구소 다닌다. 스타트업 안 한다. 채용 공고 올렸다. 3주 됐다. 지원자 2명. 경력 안 맞다. 판교였으면 20명 왔다. 알고 있다. 서울 연봉 못 준다. 스톡옵션으로 때운다. "저희 성장 가능성이..." 누가 믿냐. 지방 스타트업 스톡옵션. 안 믿는다. 본인도. 대전의 장점 있다. 진짜로. 출퇴근 30분. 서울은 1시간 30분. 점심값 7천원. 서울은 1만 2천원. 사무실 보증금 3천. 서울은 1억. 주차 공짜. 서울은 월 20만원. 저녁 9시 퇴근해도 집 9시 30분 도착. 서울은 11시. 아들 보는 시간 더 많다. 주말에 처가 가기 쉽다. 부모님 자주 본다. 다 좋다. IR 자료에 쓴다. "운영비 효율성", "워라밸 가능", "지역 거점 전략". VC들 고개 끄덕인다. 근데 투자 안 한다. 알고 있다. 장점 아니라는 거. 핑계다. 서울 못 가는 이유를 정당화하는. 솔직히 말하면 이거다. '서울 가면 좋은데, 못 간다.' 근데 IR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대전이 전략적으로 유리합니다.' 거짓말 아니다. 반은 진짜다. 반만. 정부 과제 의존 올해 R&D 과제 2억 받았다. '지역 특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개발' 없으면 망했다. 직원 월급 못 줬다. 정부 과제는 지방이 유리하다. 진짜다. 지역 균형 발전. 가점 있다. 서울보다 붙기 쉽다. 그래서 또 신청한다. 내년 과제. '중소 제조업체 AI 품질관리 시스템' 3억 신청. 2억은 받을 것 같다. 근데 불안하다. 정부 과제로만 버티는 거. 스타트업 아니다. 연구소다. 매출 늘려야 한다. 월 600만원. 목표는 3천만원. 고객사 늘려야 한다. 지금 8곳. 목표는 30곳. 근데 영업이 안 된다. 대기업 PoC 3개월째. 결과 안 나온다. "검토 중입니다." 기다린다. 또. 서울이었으면 다를까? 모르겠다. 알고 싶지도 않다. 아내의 한마디 저녁 9시 30분 도착. 아들 잤다. 아내가 TV 본다. "어땠어?" "그냥." "투자 될 것 같아?" "글쎄." 앉았다. 피곤하다. 아내가 말한다. "서울 가고 싶어?" "..." "솔직히 말해봐." "모르겠어." 진짜 모르겠다. 서울 가면 기회 많다. 안다. VC 가깝다. 인재 많다. 네트워크 있다. 근데 잃는 것도 많다. 아내 월급 없어진다. 300만원. 우리 집 안전판. 아이 돌봐줄 사람 없다. 어린이집비 두 배. 집값 비싸다. 전세 3억 더 필요. 출퇴근 3시간. 아들 얼굴 못 본다. 계산하면 서울 가는 게 손해다. 지금은. 근데 IR할 때는 확신 없다. '대전이 맞을까?' 아내가 말했다. 예전에. "우리는 서울 안 가도 돼. 여기서도 할 수 있어." 맞는 말이다. 하고 싶은 말이다. 근데 VC들 눈빛 보면 흔들린다. '서울 가야 하나?' 답 없다. IR 끝나고 회의 끝났다. 악수했다. "검토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엘리베이터 탔다. 1층 내렸다. 시계 봤다. 10시 30분. 다음 미팅 11시. 30분 남았다. 스타벅스 들어갔다. 아메리카노 주문. 네 번째다. 앉았다. 노트북 켰다. IR 자료 수정한다. 또. 23페이지. '본사 위치 전략'. 지운다. 다시 쓴다. "대전 본사 유지의 3가지 이유"제조업 고객사 접근성 운영비 효율화 지역 특화 지원 사업 활용저장한다. 근데 안다. 다음 미팅 가면 또 물어본다. "왜 서울 안 가세요?" 답한다. 또. 외운 대로.서울행 KTX는 주 2회. 질문은 매번 같다. 답변도 같다. 근데 확신은 매번 흔들린다.
- 03 Dec, 2025
아내가 '서울 이사 안 돼?' 라고 한 지 6개월
아내가 '서울 이사 안 돼?' 라고 한 지 6개월 그날 저녁 작년 11월이었다. 서울 출장 다녀온 날. 저녁 9시 반에 집 도착. 아들은 자고 있었다. 아내는 거실에서 노트북 보고 있었다. "오늘 어땠어?" "괜찮았어. 미팅 3개 다 했어." "VC는?" "관심 있다는데 뭐." 평소와 같은 대화. 그런데 아내가 노트북 덮었다. "여보, 서울 이사 안 돼?" 멈췄다. 예상 못 한 질문이었다. "갑자기 왜?" "갑자기 아니야. 당신 매주 서울 가잖아." 맞는 말이었다. 주 2회. 많을 땐 3회. "회사 때문에 그런 거지." "그럼 회사를 서울로 옮기면 되잖아." 말은 간단했다. 실행은 복잡했다.서울로 가면 계산해봤다. 여러 번 해봤다. 판교 사무실 보증금 5000만원. 월세 300만원. 직원들 이사 비용. 새로 구해야 할 직원들. 서울 연봉은 우리 기준으로 1.5배. 개발자 한 명 뽑으려면 5500만원은 줘야 한다. 지금은 3800만원 주고 있다. 대전 기준으론 높은 편. 정부 과제. 대전시 지원 사업. 다 날아간다. 충남테크노파크 입주 혜혜택. 월 50만원 절약. 세종시 실증 사업 우선 선정. 내년에 2억. 서울 가면 다 포기. 그리고 가장 큰 문제. 아내. "너 공무원 그만둘 거야?" "...아니." "그럼?" "주말부부 하면 되잖아." 2살 아들이 있는데 주말부부. 말이 안 됐다. "그건 안 돼." "그럼 당신이 계속 오가든가." 결국 제자리.아내의 진심 3월에 또 나왔다. 같은 질문. "진짜 서울 안 가?" 이번엔 내가 물었다. "너 진짜 가고 싶어?" 아내가 멈췄다. 대답이 늦었다. "...잘 모르겠어." "뭐가?" "가야 할 것 같은데. 가기 싫어." 솔직한 답이었다. 아내 부모님. 우리 집에서 차로 15분. 주말마다 아들 봐준다. 평일에도 급할 때 부른다. 아내 친구들. 대학 동기들. 다 대전. 월 2회 정모. 빠지면 섭섭해함. 동네 어린이집. 원장님이 아들 좋아함. "엄마 아빠 공무원이시죠? 안심이에요." 이 모든 걸 버리고 서울. "너도 가기 싫잖아." "...응." 둘 다 솔직해졌다. 내 진심 나도 대전이 편하다. 출근 20분. 주차 걱정 없음. 점심 6000원. 반찬 6개 나옴. 저녁 9시에 퇴근해도 집에 9시 반. 아들 재우고 노트북 켜서 일해도 12시 전 취침. 서울 가면? 출퇴근 왕복 3시간. 집 구하려면 월세 200만원. 전세 5억. 아들 어린이집 대기 6개월. 부모님 왕래 주 1회에서 월 1회로.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나 서울 출신 아니다. 태어나서 쭉 대전. 서울 가면 외롭다. 친구 없다. 대학 동기들 다 대전 충청권. 월 1회 모임. 맥주 마시면서 하소연. "대전에서 창업하니까 힘들지?" "그래도 너희가 있어서 버틴다." 서울 가면 이것도 없어진다.서울이 부러운 순간 그래도 서울 가고 싶을 때 있다. 판교 스타트업 채용 공고 볼 때. "시리즈 B 200억 유치" "개발자 연봉 상한 없음" "점심 제공, 저녁 제공, 간식 무제한" 우리는? 점심 식대 7000원 지원. VC 미팅 잡을 때. "대전에서 오시는 거죠? 수고 많으십니다." 수고가 아니라 기본이 되고 싶다. 서울 창업자들 네트워킹 볼 때. "어제 홍대에서 만났는데" "강남에서 술 한잔 했어" "을지로 새로 생긴 곳 가봤어?" 나는? KTX에서 노트북. 개발자 채용 공고 올릴 때. 대전 등록: 지원자 3명. 서울 등록: 지원자 47명. 이게 현실이다. 6개월 후 지금도 아내는 가끔 묻는다. "서울 생각 없어?" "너는?" "...없어." "나도." 그러면서도 둘 다 안다. 언젠가는 가야 할 수도 있다는 걸. 회사가 커지면. 투자 받으면. 직원이 늘면. "서울 진출이 필수입니다." VC들이 하는 말. "판교에 거점 만드세요." 엔젤 투자자가 하는 말. "대전에선 한계 있어요." 선배 창업자가 하는 말. 다 맞는 말이다. 들리기 싫은 말이다. 지금 우리 방식 일단 버티기로 했다. 판교 거점 1명. 더 늘릴 계획. 나는 주 2회 서울. KTX 정기권. 대전 본사는 그대로. 연구 개발 여기서. 영업 마케팅은 서울 거점. 하이브리드. 중간 형태. 완벽하지 않다. 비효율 있다. 그래도 지금 우리한테 최선. 아내는 계속 공무원. 나는 계속 출장. 아들은 계속 대전 어린이집. 부모님은 계속 손주 봐주심. "이게 맞나?" 자주 든는 생각. "그래도 버틸 만하네." 더 자주 드는 생각. 지방 창업자의 딜레마 우리 같은 사람 많다.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다들 비슷한 고민. "서울 가야 하나?" "여기서 버텨야 하나?" 정답은 없다. 서울 간 선배. 3년 만에 시리즈 B. 대전 남은 선배. 5년째 정부 과제. 둘 다 성공이다. 둘 다 실패 아니다. 그냥 선택의 차이. 나는 아직 대전. 언제까지? 모른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모른다. 그냥 오늘 하루 버티는 중. 아내에게 어젯밤에 아내가 또 물었다. "힘들면 말해. 우리 서울 갈 수도 있어." 고마운 말이었다. "괜찮아. 지금이 좋아." 거짓말 아니다. 힘들긴 하다. 그래도 좋다. 아들 키우면서 일하기. 부모님 가까이 살기. 친구들 자주 만나기. 이게 다 돈으로 안 된다. 서울 가면 연봉 더 받을 수 있다. 투자 더 받을 수 있다. 직원 더 뽑을 수 있다. 그래도. "당신 오늘 몇 시에 와?" "9시쯤?" "그럼 저녁 같이 먹자." 이게 안 된다. 마무리 오늘도 서울 출장. 6시 15분 KTX. 노트북 켰다. 투자 제안서 수정 중. "대전 본사의 강점" 항목을 추가했다. 뭐라고 쓸지 고민 중이다.대전 살면서 서울 다니기. 6개월째 아내 설득 중. 아니, 나 자신을 설득 중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