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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출장
- 26 Dec, 2025
주말인데 노트북은 항상 켜져 있다
주말인데 노트북은 항상 켜져 있다 토요일 오전 10시 아들이 블록을 쌓는다. 나는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본다. "여보, 오늘 안 쉬어?" 아내가 묻는다. 세 번째다. 이번 달만. "응, 잠깐만 볼게." 거짓말이다. 잠깐이 아니다. 슬랙 알림 7개. 이메일 23개. 카톡 단톡방 99+. 금요일 밤 10시에 끊었다. 12시간 만에 이렇게 쌓인다.개발팀장 메시지. "대표님, 주말이지만 급한 게 있어서요." 영업팀. "월요일 미팅 전에 자료 검토 부탁드립니다." 투자사 메일. "IR 자료 보완 요청 드립니다." 다 급하다. 다 중요하다. 근데 다 주말에 온다. 언제부터였나 창업 초기엔 안 그랬다. 직원 2명일 때. 주말엔 진짜 쉬었다. 지금은 6명. 정부 과제 돌아간다. PoC 진행 중이다. 쉴 수 없다. 정확히는 쉬면 불안하다. "대표가 주말에 답 안 해요." 한 번 들었다. 직원한테. 그 뒤로 답한다. 주말에도. 악순환이다. 알지만 못 끊는다.아내는 공무원이다. 주말은 칼퇴다. 업무 연락 없다. 부럽다. 솔직히. "그냥 주말엔 꺼버려." 아내가 말한다. "그게 안 돼." "왜?" 설명할 수 없다. 스타트업은 원래 그렇다는 말은 핑계 같다. 온전한 주말 작년 설날. 3일간 노트북 안 켰다. 처가에 놀러 갔다. 시골이라 와이파이도 약했다. 처음엔 불안했다. 손이 떨렸다. 둘째 날엔 괜찮았다. 아들이랑 놀았다. 셋째 날엔 편했다. 이게 쉬는 거구나.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 노트북 켰다. 슬랙 201개. 이메일 89개. 3일치가 한꺼번에 밀려왔다.그날 밤 9시까지 답했다. "휴가 갔다 왔더니 일이 산더미네요 ㅎㅎ" 직원이 농담했다. 웃기지 않았다. 그 뒤론 설연휴에도 노트북 챙긴다. 서울 스타트업 대표들 판교 간다. 월 2회. 카페에서 다른 대표들 본다. 다들 노트북 켜놓고 있다. 주중인데도. "주말에도 일해요?" 물어봤다. 한 대표한테. "당연하죠. 주말이 더 집중 잘 돼요." 시리즈 A 받은 회사다. 부럽지 않았다. 똑같구나 싶었다. 대전이든 서울이든. 스타트업은 다 비슷하다. 주말은 없다. 정확히는 주말도 일한다. 직원들한테는 쉬라고 한다. 본인은 못 쉰다. 대표니까. 아내와의 대화 지난주 토요일 밤. "우리 다음 주 어디 갈까?" 아내가 물었다. "어디?" "여행. 아들 데리고." "음... 일정 봐야 할 것 같은데." "토요일이잖아." "응, 근데 PoC 마감이 그 주라서." 침묵. "매주 그래. 항상 일정 있어." 할 말이 없었다. 사실이니까. "미안해. 조금만 더 참아줘." "언제까지?" "시리즈 A 받으면..." 또 핑계다. 시리즈 A 받으면? 그땐 더 바쁠 거다. 아내도 안다. 나도 안다. 근데 다른 말을 못 하겠다. 월요일 아침 KTX 첫차. 대전역 새벽 5시 40분. 서울 미팅 3개 잡혔다. 주말에 메일 왔다. 일정 조율했다. 토요일 오후에. 아들이랑 놀이터 가면서. "아빠, 그네!" "응, 아빠 전화 좀만." "아빠!" "알았어, 전화 끊을게." VC 담당자였다. 미팅 잡혔다. 좋은 일이다. 근데 기쁘지 않다. 기차 안에서 자료 본다. 옆자리 아저씨도 노트북 친다. 다들 바쁘다. 주말도 일한다. 이게 정상인가. 정상이 뭔가. 답은 없다 온전한 주말. 언제 가능할까. 솔직히 모르겠다. 엑싯하면? 그것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 바쁠 수도 있다. 근데 확실한 건 있다. 지금 이 순간. 아들은 자란다. 주말마다 노트북 보는 아빠. 그게 기억에 남을 것이다. "아빠는 왜 항상 일해?" 언젠가 물을 것이다. 뭐라고 답할까. "아빠가 회사 대표라서." "대표는 쉬면 안 돼?" 할 말이 없다. 이번 주말 노트북을 끈다. 진짜로. 토요일 아침부터 일요일 밤까지. 슬랙도 끈다. 이메일도 안 본다.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근데 해봐야 한다. 안 그러면 이대로다. 계속.주말이 주말이려면, 노트북을 꺼야 한다. 알지만 못 한다. 이번 주는 해본다.
- 22 Dec, 2025
스타트업 네트워크에서 소외된 느낌을 받던 날
판교역 앞 판교역 앞에 섰다. 오전 10시. 서울 스타트업 네트워크 행사. 초대장은 일주일 전에 받았다. "Series B 이상 대표님들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우리는? 정부 과제 2억에 엔젤 1억. Series B는 꿈도 못 꾼다. 그래도 왔다. 새벽 5시 40분 KTX. 대전역에서 3시간. 명함 50장 챙겼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제조업 B2B SaaS." 외워서 말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피치 30초 버전.로비에 들어갔다. 사람이 많다. 다 아는 사람들끼리 얘기한다. 웃는다. 명함 교환한다. 나는 구석에 섰다. 커피 들고. 아는 얼굴들 무대에 패널이 올라왔다. 4명. 토스 초기 멤버 출신. 배민 PM 출신. 쿠팡 개발자 출신. 전부 Series B 이상 대표. 객석에서 박수. 나도 쳤다. "네트워크가 중요합니다. 같이 일했던 동료가 지금 투자자가 됐어요." "판교에서 우연히 마주친 선배가 첫 고객이 됐죠." "서울대 동문회에서 CTO를 만났습니다." 전부 서울 얘기다. 판교 얘기다. 대전은 없다. 쉬는 시간. 명함 돌리는 시간이래.사람들이 움직였다. 패널한테 다가간다. 나도 가려고 했다. 이미 줄이 길다. 10명은 넘는다. 옆에서 대화 소리가 들렸다. "형, 요새 시리즈 몇 준비해?" "B 마무리 중. 근데 밸류 너무 깎으려고 해서." "우리도 그랬어. VC들이 다 똑같아." 웃는다. 편하게. 나는 모른다. 시리즈 B 밸류가 얼마인지. VC가 어떻게 깎는지. 우리는 아직 정부 과제로 산다. 소개팅 한 사람이 다가왔다. 30대 초반쯤. "안녕하세요, 혹시 어떤 일 하세요?" 기회다. 명함 꺼냈다. "제조업 쪽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이요. B2B SaaS로..." "아, 제조업이요? 저희는 B2C 커머스인데." "네, 그렇군요. 어디 계세요?" "판교요. 사무실이 여기." "저는 대전이에요." "아, 대전..." 공기가 멈췄다. 1초쯤. "거기도 창업 생태계 괜찮나요?" 이 질문. 또 이 질문. "네, 괜찮죠. 제조업체가 많아서 오히려..." "아 그렇구나. 저는 친구 만나야 해서. 명함 감사합니다." 갔다. 30초도 안 걸렸다.명함함을 봤다. 받은 명함 3장. 다 "감사합니다" 하고 받은 것들. 대화는 없었다. 가방에서 스마트폰 꺼냈다. 아내한테 카톡. "행사 별로야. 일찍 내려갈게." "왜? 안 좋아?" "그냥 우리랑 안 맞는 거 같아." 읽음 표시. 답장은 없다. 점심 시간 뷔페식이래. 샌드위치랑 샐러드. 줄 서서 받았다. 테이블 찾았다. 빈자리 있는 테이블. 4명 앉아 있다. "여기 앉아도 될까요?" "네, 앉으세요." 앉았다. 샌드위치 먹었다. 옆에서 대화 계속된다. "그 VC 어때? IR 해봤어?" "응, 했는데 질문이 너무 깊더라. 유닛 이코노믹스 파고들어서." "맞아, 걔네 그래. 근데 투자는 빨라." 고개 들었다. "혹시 어디 VC 얘기세요?" 4명이 나를 봤다. "아, 그냥요. 저도 요새 IR 준비 중이라서." 한 명이 물었다. "어디 계세요? 못 본 것 같은데." "대전이요. 제조업 쪽 SaaS." "아..." 또 그 공기. "대전에도 VC 있나요?" "아뇨, 그래서 서울로 자주 올라오는데." "힘들겠다. KTX 타고?" "네, 정기권 끊었어요." "오... 대단하네." 대단하다는 말. 칭찬 아니다. 안됐다는 소리다. 대화는 다시 그들끼리. 샌드위치 남았다. 먹기 싫었다. KTX 안 오후 3시 KTX 탔다. 행사는 5시까지래. 더 있어봤자 똑같을 거 같았다. 자리 앉았다. 노트북 켰다. 메일함 열었다. 받은 메일 47개. 다 스팸. 보낸 메일함 봤다. 지난주 보낸 콜드메일 12개. 답장 0개. "안녕하세요, 대전에서 제조업 SaaS 만들고 있는..." 시작부터 틀렸나. "대전"이라는 단어. 지우고 다시 썼다. "안녕하세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개발 중인..." 이것도 이상하다. 어디 있는지 안 쓰면 나중에 어차피 물어본다. 노트북 덮었다. 창밖 봤다. 논이 지나간다. 집들. 공장들. 서울에서 멀어진다. 판교에서 멀어진다. 이게 맞나. 왜 서울 안 가세요 투자자들이 물어본다. 매번. "왜 서울 안 가세요?" 처음엔 정직하게 답했다. "아내가 대전 공무원이라서요. 애도 어리고." 그러면 고개 끄덕인다. 이해한다는 표정. 근데 투자는 안 된다. 두 번째부터는 다르게 답했다. "대전이 제조업 밀집 지역이라서요. 고객이 가까워서 좋습니다." 이것도 고개 끄덕인다. 역시 투자 안 된다. 세 번째는 이렇게. "비용 효율이 좋아요. 서울 연봉의 70%로 같은 인재 뽑을 수 있습니다." "아, 그런데 그게 장점인가요? 좋은 사람은 결국 서울 가잖아요." 말문이 막혔다. 맞는 말이다. 우리 회사 개발자 한 명. 작년에 카카오 합격했다. 연봉 2배. 못 잡았다. 대전에서 줄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대전 창업 커뮤니티 대전에도 커뮤니티는 있다. 월 1회 모임. "중부권 스타트업 네트워크." 참석자 15명쯤. 늘 비슷한 얼굴들. 다들 안다. 누가 어떤 일 하는지. 매출 얼마인지. 투자 받았는지. 작다. 너무 작다. 서울 행사는 오늘만 200명 넘었다. 몰라서 못 알아본 대표가 수십 명. 대전은 15명 다 안다. 새로운 사람이 없다. 지난주 모임에서 한 대표가 말했다. "우리끼리 자주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요." 다들 웃었다. 쓴웃음. "그래도 없으면 더 외롭잖아." 맞다. 없으면 더 외롭다. 투자 미팅 서울 VC 파트너 만났다. 3주 전. "시장은 좋아 보여요. 팀도 괜찮고." 기대했다. "근데 대전에 있으면 네트워크가 약하잖아요." "약하다는 게?" "개발자 채용이요. 좋은 사람 데려오기 힘들죠?" "노력 중입니다. 원격도 고려하고..." "원격은 초기 스타트업한테 독이에요. 같이 붙어 있어야 하는데." "그럼 서울로 오라는?" "제가 그런 건 아니고요. 근데 솔직히 대전에 있으면 저희가 돕기도 힘들어요." "돕기가?" "네, 저희 포트폴리오 회사들이 다 판교, 강남에 있거든요. 같이 모여서 세션도 하고, 인재 소개도 하고. 대전이면 그게 안 되죠." 투자 안 한다는 얘기였다. 멀리 있어서. 네트워크 밖이라서. 집에 와서 저녁 8시 집 도착. 아들이 뛰어왔다. "아빠!" 안았다. 무겁다. 잘 컸다. "오늘 어땠어?" 아내가 물었다. "별로." "투자 얘기라도 나왔어?" "아니, 그냥 네트워킹만." "쓸데없이 시간 쓰네." 쓸데없다. 맞다. 근데 안 가면 더 멀어진다. 그게 무섭다. 저녁 먹었다. 아내가 해준 된장찌개. 맛있다. 서울 행사 뷔페보다 백배 낫다. "판교로 이사 갈 생각 있어?" 물어봤다. 조심스럽게. 아내가 수저 놓았다. "없어. 나 여기서 10년 일했어. 지금 그만두면 퇴직금도 반토막이야." "그냥 물어본 거야." "너 하고 싶으면 혼자 가든가. 주말부부 하든가." 화난 건 아니다. 현실적인 거다. 나도 안다. 혼자 가면 안 된다. 가족이 중요하다. 근데 가끔 생각한다. 서울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다음 날 사무실 출근했다. 8시. 직원들 인사했다. 6명. 다 대전, 충남 출신. 다 지역에 눌러살고 싶은 사람들. 개발자 2명. 둘 다 30대. 서울 가기엔 늦었다고 생각하는 나이. 영업 1명. 판교 상주. 월세 회사에서 대준다. 그것도 부담이다. 디자이너 1명. 졸업하고 바로 들어왔다. 포트폴리오 없었다. 뽑아서 키웠다. 기획자 1명. 제조업 15년 경력. 삼성전자 협력사 출신. 총무 1명. 우리 사무실 처음 생길 때부터 있었다. 다들 열심히 한다. 근데 가끔 생각한다. 서울이었으면 이 자리에 더 좋은 사람 앉혔을까. 그럼 우리 매출이 6억쯤 됐을까. 모른다. 제조업은 제조업은 지방에 있다. 공장은 서울에 없다. 경기도 외곽. 충청도. 경상도. 우리 고객사 12곳. 8곳이 충청권이다. 차로 1시간 거리. 가까워서 좋다. 문제 생기면 당일 출장 간다. 30분 만에 해결한다. 서울에 있었으면? 그 날 못 갔다. 다음 날 가야 했다. 이게 우리 강점이다. IR 자료에 썼다. "지역 기반 밀착 지원 체계." VC들 반응. "근데 전국 확장하려면 결국 서울로 와야 하지 않나요?" 할 말이 없다. 맞는 말이다. 명함 정리 가방에서 명함 꺼냈다. 어제 받은 3장. 한 장씩 봤다. "커머스 플랫폼 대표. 판교." "AI 스타트업 CTO. 강남." "핀테크 기획자. 여의도." 전부 서울. 명함함에 넣었다. 연락할 일 없을 거 같다. 우리 명함도 봤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전광역시. 이 네 글자가 문제일까. 지우고 싶다. 근데 못 지운다. 여기가 우리 주소다. 정부 과제 오후에 정부 과제 보고서 썼다. "3분기 진행 현황 보고." 실적 적었다. 고객사 12곳. 매출 6억. 직원 6명. 목표 대비 80%. 나쁘지 않다. 근데 이게 전부 정부 돈이다. R&D 과제 2억. 사업화 지원 5천. 지역 특화 3천. 정부 과제 없으면 우리 매출은 3억도 안 된다. 이게 맞나. VC들이 싫어하는 이유를 안다. "정부 돈에 기대면 시장 경쟁력 없어요." 맞다. 근데 안 받으면 못 버틴다. 서울 스타트업들은 시드에서 5억 받는다. 시리즈A에서 20억. 우리는? 엔젤 1억이 전부다. 지인 돈이다. 아버지 친구분. 정부 과제라도 받아야 산다. 저녁 메일 퇴근 전에 메일 하나 보냈다. 서울 VC한테. 콜드메일. 제목: "지역 기반 제조업 SaaS, IR 요청 드립니다." 본문에 썼다.시장 규모 3조 고객사 12곳, 매출 성장률 월 15% 대전 기반, 충청권 제조업 밀착 지원"검토 부탁드립니다." 보냈다. 읽을까. 읽어도 답장 안 올 거 같다. 그래도 보낸다. 매주. 20통 보내면 1통 답장 온다. 확률 5%. 그 1통도 "죄송하지만 저희 투자 방향과..." 정중한 거절. 근데 안 보내면 0%다. 혼자 남아서 직원들 퇴근했다. 9시. 나는 남았다. 할 일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집 가기 싫어서. 집 가면 아내가 물어본다. "오늘은 어땠어?" 별일 없었다고 해야 한다. 사실 별일 없다. 매일 비슷하다. 개발하고, 영업하고, 보고서 쓰고, 메일 보내고. 서울은 다를까. 판교 사무실에 있으면 복도에서 투자자 만날까. 카페에서 옆자리 대표랑 얘기 트일까. 모른다. 근데 여기선 안 된다. 확실하다. 노트북 덮었다. 불 끄고 나왔다. 주차장에 차 1대. 내 차. 시동 걸었다. 집으로. 이게 답일까 대전에 있는 게 맞나. 매일 묻는다. 답은 모른다. 장점은 있다.생활비 저렴. 월세 60만원. 서울이면 200. 출퇴근 30분. 서울이면 1시간 반. 가족 가까이. 부모님, 처가 다 여기. 고객사 가까이. 제조업체 1시간 거리.근데 단점도 있다.투자 어렵다. VC 만나려면 KTX. 채용 어렵다. 좋은 개발자는 서울 간다. 네트워크 좁다. 늘 같은 얼굴. 정보 느리다. 서울 트렌드 한 박자 늦게 온다.저울질한다. 매일. 답은 안 나온다. 그냥 버틴다. 여기서. 3년 후 3년 후를 상상한다. 최선의 시나리오:시리즈 A 받는다. 30억. 직원 20명. 매출 30억. 정부 과제 비중 30%. 서울 사무실 낸다. 영업/마케팅팀. 대전 본사. 개발/지원.그래도 대전이다. 최악의 시나리오:투자 못 받는다. 직원 그대로 6명. 정부 과제로 버틴다. 5년 차에 문 닫는다.중간 시나리오:작게 간다. 매출 10억. 투자 안 받는다. 작지만 이익 낸다. 평생 6명 회사.이게 현실적이다. 나쁘지 않다. 솔직히. 근데 시작할 때 꿈은 이게 아니었다. 판교 기차역 다시 판교 간다. 다음 주. VC 미팅 잡혔다. 파트너급. 메일 답장 왔다. "관심 있습니다. 만나시죠." 20통 보낸 메일 중 1통. 기대 안 한다. 근데 간다. 명함 50장 새로 뽑았다. 이번엔 주소 뺐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만. 대전은 안 썼다. 물어보면 말할 거다. 숨길 거 아니다. 근데 명함에 굳이 쓸 이유는 없다. 소외감 소외감이 뭔가. 네트워크에서 빠진 느낌. 다들 아는 사람끼리 얘기하는데 나만 모르는 느낌. 중요한 정보는 다 서울에서 돌고 우리한테는 한참 뒤에 오는 느낌. 투자자들이 우리는 안 본다는 느낌. "대전"이라고 하면 공기가 멈추는 그 1초. 그게 소외감이다. 익숙하다. 3년째 느낀다. 근데 익숙하다고 안 아픈 건 아니다. 어제 판교역 앞에서 느꼈다. 오늘 사무실에서 느꼈다. 내일도 느낄 거다.대전행 KTX 표 끊었다. 또.
- 12 Dec, 2025
서울 미팅 3개를 하루에 몰아서 잡는 이유
서울 미팅 3개를 하루에 몰아서 잡는 이유 새벽 5시 40분 KTX 알람은 5시에 맞춘다. 6시 21분 첫차. 대전역까지 차로 20분. 여유 있게. 세수하고 나오니 아내가 김밥을 쌌다. 편의점 거 아니고 직접 만든 거. "오늘 몇 개예요?" "세 개." 한숨 쉬는 소리가 들린다. 차 시동 걸고 네비 켠다. 대전역. 12분 소요. 새벽이라 길이 뻥 뚫렸다. 역 지하 주차장에 차 세운다. 월 주차권 12만원. KTX 정기권 36만원. 이게 내 서울 출장 고정비다. 매달. 개찰구 통과. 7번 승강장. 익숙하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타니까.10시 강남역 VC 첫 미팅은 10시. 강남역 2번 출구 근처 VC. 서울역 도착 8시 50분. 2호선 타면 9시 20분쯤. 여유 있다. 지하철에서 IR 자료 다시 본다. 이번 달 매출 그래프, PoC 진행 현황, 로드맵. 외워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VC 사무실. 29층. 창밖으로 강남이 보인다. 우리 사무실은 2층인데. "최지방 대표님, 반갑습니다." 악수하고 앉는다. 노트북 켠다. "저희는 제조업 B2B SaaS를..." 20분 발표, 10분 질문. 정확히 30분. "대전이시죠? 왜 서울 안 오세요?" 이 질문. 또 나왔다. "제조업은 지방이 거점이라서요. 고객사도 대부분 충청권이고." 표정을 읽는다. 납득했는지 아닌지. "검토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이 말의 의미를 안다. 90%는 연락 없다.12시 을지로 파트너사 두 번째 미팅. 을지로 3가. 강남역에서 2호선 타고 을지로입구까지. 30분. 점심 미팅이다. 파트너사 이사님. 대기업 납품 건 상의. "대표님, 고기 드세요." 삼겹살집이다. 점심인데 소주 한 잔 권한다. 사양한다. 오후에 미팅 하나 더 있어서. "우리 본사가 천안이거든요. 대전이랑 가깝잖아요." 지방 기업끼리는 통한다. 서울 VC랑 다른 분위기. "다음 달 PoC 일정 잡읍시다. 우리 공장에서." 계약서까지는 아니지만. 진전이다. 1시 20분 끝. 세 번째 미팅까지 2시간 반.4시 판교 SI 업체 마지막. 판교. 을지로에서 판교까지. 지하철로 1시간 10분. 신분당선 환승. 판교역. 알파돔시티 23층. SI 업체 팀장. 대기업 프로젝트에 우리 솔루션 끼워넣을 수 있는지. "저희 API 연동 가능합니다. 레퍼런스는..." 30분 미팅. 기술 검토는 다음 주. 끝나고 시계 본다. 4시 40분. 판교역에서 KTX 광명역까지. 버스로 40분. 광명역 5시 50분 기차. 대전 6시 50분 도착. 딱 맞다. 계획대로. 광명역 대합실 기차 대기하면서 노트북 연다. 오늘 미팅 세 개 정리. 노션에 기록.강남 VC - 기대 안 함. 지방 스타트업 투자 안 한다는 거 안다. 을지로 파트너사 - 가능성 있음. PoC 일정 잡힘. 판교 SI - 50대50. 기술 검토 통과하면 기회.세 개 중 하나만 성사돼도 본전이다. KTX 왕복 7만원. 점심값 3만원. 하루 인건비 치면 30만원. 총 40만원. 이게 내 서울 미팅 한 번 비용이다. 그래서 몰아서 잡는다. 세 개, 많으면 네 개. 한 번 갈 때 최대한 뽑아내야 한다. 왜 서울을 안 가냐고 이 질문 정말 많이 받는다. "회사 서울로 옮기시죠." 쉽게 말한다. 서울로 가면 다 된다는 듯이. 서울 가면 뭐가 달라지나. 사무실 월세 3배. 인건비 1.5배. 생활비 2배. 우리 회사 지금 월 매출 600만원이다. 서울 가면 고정비만 2천 넘는다. 그리고 아내 직장이 대전이다. 공무원. 5년 차. 그만둘 수 없다. 아들 어린이집도 있고. 친정 시댁도 대전이고. "저는 대전에서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표정이 애매해진다. 고집 센 사람 보는 눈빛. 아니다. 고집이 아니다. 계산이다. 제조업은 지방이 답이다. 고객사가 여기 있다. 협력사도 여기 있다. 서울 가면 오히려 멀어진다. 대전역 도착 7시. 대전역 도착. 지하 주차장. 내 차. 시동 건다. 아내한테 문자. "도착. 30분 후 집." 퇴근 시간이라 길 막힌다. 40분 걸린다. 집 앞 주차. 엘리베이터. 5층. 문 열자마자 아들이 뛰어온다. "아빠!" 안아 올린다. 무겁다. 또 컸다. "오늘 어땠어요?" 아내가 묻는다. "그럭저럭. 하나 건졌어." 저녁은 된장찌개. 아내가 끓인 거. 밥 두 그릇 먹는다. 아들 재우고 노트북 연다. 9시. 내일 할 일 정리. 개발팀 미팅 준비. 정부 과제 보고서. 서울 VC한테 콜드메일 하나 더 쓴다. "안녕하세요. 대전 기반 제조업 B2B SaaS..." 보낸다. 읽힐 확률 10%. 답장 올 확률 1%. 그래도 보낸다. 매일. 다음 주 화요일 캘린더 본다. 다음 주 화요일. 서울 미팅 두 개 잡혀 있다. 하나 더 넣을 수 있다. 오전 11시, 오후 3시. 사이에 1시 슬롯 비었다. 링크드인 뒤진다. 서울 SI 업체 영업 담당자들. 메시지 보낸다. "다음 주 화요일 1시 가능하신가요?" 세 명한테 보냈다. 한 명이라도 응답하면 된다. 하루에 세 개. 이게 내 서울 미팅 공식이다. 네 개 잡으면 이동 시간이 빡빡하다. 지각하면 다 꼬인다. 세 개가 딱 맞다. 10시, 12시, 4시. 황금 타임. KTX 시간표도 외웠다. 새벽 6시 21분, 저녁 5시 50분. 이 두 기차가 내 생명줄이다. 지방 스타트업의 공식 서울 사람들은 모른다. 지방 스타트업이 얼마나 KTX 시간표에 목숨 거는지. 오전 미팅 하나 잡으려고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거. 저녁 기차 놓치면 막차가 9시라는 거. 9시 타면 10시 도착. 집 가면 11시. 다음 날 죽는다. 그래서 계산한다. 퍼즐 맞추듯이. 미팅 장소, 이동 시간, 환승, 식사, 버퍼. 엑셀로 짜놓는다. 10분 단위로. 한 곳이라도 지각하면 다 무너진다. 그래서 일찍 도착한다. 30분 전에. 카페에서 대기. 이게 지방 스타트업 대표의 서울 출장이다.오늘도 메일 하나 왔다. "서울로 이전 계획 없으세요?" 없다. 대전에서 한다. KTX로 버틴다.
- 03 Dec, 2025
정부 R&D 과제 2억: 축복인가 함정인가
정부 R&D 과제 2억: 축복인가 함정인가 통장에 2억이 들어온 날 작년 8월이었다. 정부 과제 선정 통보 받고 통장 확인했다. 2억. 직원들한테 회식 쏜다고 했다. 다들 좋아했다. 나도 좋았다. 그날은. 근데 그날 밤에 잠이 안 왔다. 2억 쓸 계획 세우는데 머리가 아팠다. 인건비, 재료비, 외주비. 다 정해진 항목이다. 마음대로 못 쓴다. 그리고 1년 후엔 결과 보고서 써야 한다. 실패하면 돈 토해내야 한다. 축복인가 싶었다. 아닌 것 같기도 했다.월 매출 600만원의 의미 우리 회사 자체 매출은 한 달에 600만원이다. 많을 때 700만원. 직원 6명 월급이 2500만원이다. 사무실 월세 150만원. 서버비 80만원. 기타 비용 200만원. 계산하면 한 달에 2930만원 나간다. 매출로는 600만원 들어온다. 차액이 2330만원이다. 이걸 정부 과제로 메운다. 정부 과제 없으면 우리 회사는 3주 만에 망한다. 이게 현실이다.과제 쓰는 시간 정부 과제 공고 뜨면 무조건 지원한다. 안 맞아도 일단 쓴다. 작년에 과제 제안서 7개 썼다. 붙은 건 2개다. 확률 28%. 제안서 하나 쓰는데 2주 걸린다. 밤새는 날이 4~5일이다. 계산하면 작년에 과제 쓰느라 14주를 썼다. 3개월 반이다. 그 시간에 영업했으면 어땠을까. 제품 개발했으면 어땠을까. 근데 영업해도 계약 따기 어렵다. 제품 개발해도 당장 돈 안 된다. 결국 과제를 쓴다. 또 쓴다. 대기업 PoC의 함정 지금 S전자랑 PoC 하고 있다. 실증 사업이다. 6개월짜리. 성공하면 본 계약 가능성 있다고 했다. 금액은 안 말해줬다. 근데 이 PoC도 정부 돈이다. 실증 지원 사업으로 따낸 거다. S전자 담당자가 말했다. "정부 지원 끝나면 자체 예산 검토해보겠습니다." 검토해본다는 게 뭔지 안다. 안 한다는 뜻이다. 대기업들은 정부 돈 있을 때만 스타트업이랑 한다. 공짜니까. 우리도 안다. 근데 할 수밖에 없다. 이게 실적이 되니까. 투자 받을 때 "S전자랑 협업 중"이라고 쓴다. 먹힌다.VC 미팅에서 받는 질문 서울 VC 만나러 가면 꼭 받는 질문이 있다. "자체 매출 비중이 얼마나 되세요?" 정직하게 답한다. "20%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정부 과제요." 표정이 변한다. 미묘하게. "정부 의존도를 줄일 계획은요?" 계획 말한다. 대기업 계약, 해외 진출, 구독 모델 전환. 다 맞는 말이다. 근데 당장은 안 된다. "내년에는 자체 매출 50% 목표입니다." 거짓말은 아니다. 목표는 목표니까. 근데 가능할까. 솔직히 모르겠다. 과제 끝나는 날의 공포 올해 12월에 큰 과제 하나 끝난다. 1년 8개월짜리. 그 과제 인건비로 개발자 2명 월급 줬다. 재료비로 장비 샀다. 12월 되면 그 돈 끊긴다. 개발자 2명 월급을 어떻게 주지. 신규 과제 따야 한다. 9월에 공고 뜬다. 지금 준비 중이다. 근데 떨어지면? 생각하기 싫다. 예비비가 2000만원 있다. 한 달치다. 그다음은? 모르겠다. 밤마다 이 생각 한다. 잠이 안 온다. 지방 창업의 딜레마 대전에서 정부 과제 안 받고 버티는 제조 스타트업 못 봤다. 다들 과제로 산다. 인정한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서울은 다르다는데. 투자 잘 받고 자체 매출로 큰다는데. 진짜 그런가. 서울 가면 달라질까. 근데 서울 가면 비용이 2배다. 사무실도, 인건비도. 그럼 더 큰 투자 받아야 한다. 그게 가능할까. 대전에 있으면 정부 지원은 받기 쉽다. 지역 할당이 있으니까. 이게 장점이다. 동시에 함정이다. 제조업의 특수성 우리는 제조업 쪽 솔루션이다. 공장 자동화. 이쪽은 개발 기간이 길다. 검증 기간도 길다. 고객이 돈 쓰는 결정도 느리다. 1년씩 걸린다. 그 1년을 버티려면 돈이 필요하다. 정부 과제가 필요하다. SW 스타트업은 빠르다. 3개월 만에 제품 내고 매출 낸다. 우리는 안 된다. 하드웨어 연동해야 한다. 현장 테스트해야 한다. 이 차이를 VC들은 잘 모른다. 이해 안 해준다. "왜 이렇게 느려요?" 묻는다. 제조업이 원래 그렇다. 설명해도 통하지 않는다. 직원들한테 미안한 이유 직원들은 모른다. 회사가 얼마나 불안한지. 월급은 밀린 적 없다. 매달 25일에 정확히 준다. 근데 속은 타들어간다. 다음 달 월급 어떻게 주지. 신입 개발자가 물었다. "대표님, 우리 회사 안정적이죠?" "응, 걱정 마." 거짓말했다. 안정적이지 않다. 매달 아슬아슬하다. 근데 진실 말하면? 다들 불안해한다. 이직 준비한다. 그래서 말 못 한다. 혼자 버틴다. 대표 혼자 떠안는 게 이런 거구나. 요즘 안다. 탈출구는 있는가 정부 과제 의존에서 벗어나려면 뭐가 필요한가. 첫째, 큰 계약. 연 5억 이상. 가능한가. 어렵다. 둘째, 시리즈A 투자. 10억 이상. 가능한가. 더 어렵다. 셋째, 구독 모델 전환. MRR 3000만원. 가능한가. 시간 걸린다. 다 가능하긴 한데 당장은 아니다. 2년? 3년? 그 사이를 버티려면 결국 정부 과제다. 악순환이다. 알면서도 못 빠져나간다. 그래도 쓴다 이번 달에도 과제 제안서 쓴다. 중기부 공고 떴다. 밤 11시다. 사무실에 나 혼자 남았다. 노트북 켜고 HWP 연다. 사업 계획 작성한다. "본 사업을 통해 매출 200% 증대 및..." 타이핑한다. 작년에도 썼던 문장이다. 재작년에도 썼다. 매번 쓴다. 매번 믿지 않는다. 그래도 쓴다. 이게 현실이다. 지방 제조 스타트업의 현실.정부 과제 없으면 한 달도 못 버틴다. 알면서도 계속 쓴다. 이게 함정인지 생존법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