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미팅 3개를 하루에 몰아서 잡는 이유
- 12 Dec, 2025
서울 미팅 3개를 하루에 몰아서 잡는 이유
새벽 5시 40분 KTX
알람은 5시에 맞춘다. 6시 21분 첫차. 대전역까지 차로 20분. 여유 있게.
세수하고 나오니 아내가 김밥을 쌌다. 편의점 거 아니고 직접 만든 거. “오늘 몇 개예요?” “세 개.” 한숨 쉬는 소리가 들린다.
차 시동 걸고 네비 켠다. 대전역. 12분 소요. 새벽이라 길이 뻥 뚫렸다.
역 지하 주차장에 차 세운다. 월 주차권 12만원. KTX 정기권 36만원. 이게 내 서울 출장 고정비다. 매달.
개찰구 통과. 7번 승강장. 익숙하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타니까.

10시 강남역 VC
첫 미팅은 10시. 강남역 2번 출구 근처 VC.
서울역 도착 8시 50분. 2호선 타면 9시 20분쯤. 여유 있다.
지하철에서 IR 자료 다시 본다. 이번 달 매출 그래프, PoC 진행 현황, 로드맵. 외워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VC 사무실. 29층. 창밖으로 강남이 보인다. 우리 사무실은 2층인데.
“최지방 대표님, 반갑습니다.”
악수하고 앉는다. 노트북 켠다.
“저희는 제조업 B2B SaaS를…”
20분 발표, 10분 질문. 정확히 30분.
“대전이시죠? 왜 서울 안 오세요?”
이 질문. 또 나왔다.
“제조업은 지방이 거점이라서요. 고객사도 대부분 충청권이고.”
표정을 읽는다. 납득했는지 아닌지.
“검토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이 말의 의미를 안다. 90%는 연락 없다.

12시 을지로 파트너사
두 번째 미팅. 을지로 3가.
강남역에서 2호선 타고 을지로입구까지. 30분.
점심 미팅이다. 파트너사 이사님. 대기업 납품 건 상의.
“대표님, 고기 드세요.”
삼겹살집이다. 점심인데 소주 한 잔 권한다. 사양한다. 오후에 미팅 하나 더 있어서.
“우리 본사가 천안이거든요. 대전이랑 가깝잖아요.”
지방 기업끼리는 통한다. 서울 VC랑 다른 분위기.
“다음 달 PoC 일정 잡읍시다. 우리 공장에서.”
계약서까지는 아니지만. 진전이다.
1시 20분 끝. 세 번째 미팅까지 2시간 반.

4시 판교 SI 업체
마지막. 판교.
을지로에서 판교까지. 지하철로 1시간 10분.
신분당선 환승. 판교역. 알파돔시티 23층.
SI 업체 팀장. 대기업 프로젝트에 우리 솔루션 끼워넣을 수 있는지.
“저희 API 연동 가능합니다. 레퍼런스는…”
30분 미팅. 기술 검토는 다음 주.
끝나고 시계 본다. 4시 40분.
판교역에서 KTX 광명역까지. 버스로 40분.
광명역 5시 50분 기차. 대전 6시 50분 도착.
딱 맞다. 계획대로.
광명역 대합실
기차 대기하면서 노트북 연다.
오늘 미팅 세 개 정리. 노션에 기록.
- 강남 VC - 기대 안 함. 지방 스타트업 투자 안 한다는 거 안다.
- 을지로 파트너사 - 가능성 있음. PoC 일정 잡힘.
- 판교 SI - 50대50. 기술 검토 통과하면 기회.
세 개 중 하나만 성사돼도 본전이다.
KTX 왕복 7만원. 점심값 3만원. 하루 인건비 치면 30만원.
총 40만원. 이게 내 서울 미팅 한 번 비용이다.
그래서 몰아서 잡는다. 세 개, 많으면 네 개.
한 번 갈 때 최대한 뽑아내야 한다.
왜 서울을 안 가냐고
이 질문 정말 많이 받는다.
“회사 서울로 옮기시죠.”
쉽게 말한다. 서울로 가면 다 된다는 듯이.
서울 가면 뭐가 달라지나. 사무실 월세 3배. 인건비 1.5배. 생활비 2배.
우리 회사 지금 월 매출 600만원이다. 서울 가면 고정비만 2천 넘는다.
그리고 아내 직장이 대전이다. 공무원. 5년 차. 그만둘 수 없다.
아들 어린이집도 있고. 친정 시댁도 대전이고.
“저는 대전에서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표정이 애매해진다. 고집 센 사람 보는 눈빛.
아니다. 고집이 아니다. 계산이다.
제조업은 지방이 답이다. 고객사가 여기 있다. 협력사도 여기 있다.
서울 가면 오히려 멀어진다.
대전역 도착
7시. 대전역 도착.
지하 주차장. 내 차. 시동 건다.
아내한테 문자. “도착. 30분 후 집.”
퇴근 시간이라 길 막힌다. 40분 걸린다.
집 앞 주차. 엘리베이터. 5층.
문 열자마자 아들이 뛰어온다. “아빠!”
안아 올린다. 무겁다. 또 컸다.
“오늘 어땠어요?” 아내가 묻는다.
“그럭저럭. 하나 건졌어.”
저녁은 된장찌개. 아내가 끓인 거. 밥 두 그릇 먹는다.
아들 재우고 노트북 연다. 9시.
내일 할 일 정리. 개발팀 미팅 준비. 정부 과제 보고서.
서울 VC한테 콜드메일 하나 더 쓴다.
“안녕하세요. 대전 기반 제조업 B2B SaaS…”
보낸다. 읽힐 확률 10%. 답장 올 확률 1%.
그래도 보낸다. 매일.
다음 주 화요일
캘린더 본다. 다음 주 화요일.
서울 미팅 두 개 잡혀 있다. 하나 더 넣을 수 있다.
오전 11시, 오후 3시. 사이에 1시 슬롯 비었다.
링크드인 뒤진다. 서울 SI 업체 영업 담당자들.
메시지 보낸다. “다음 주 화요일 1시 가능하신가요?”
세 명한테 보냈다. 한 명이라도 응답하면 된다.
하루에 세 개. 이게 내 서울 미팅 공식이다.
네 개 잡으면 이동 시간이 빡빡하다. 지각하면 다 꼬인다.
세 개가 딱 맞다. 10시, 12시, 4시. 황금 타임.
KTX 시간표도 외웠다. 새벽 6시 21분, 저녁 5시 50분.
이 두 기차가 내 생명줄이다.
지방 스타트업의 공식
서울 사람들은 모른다.
지방 스타트업이 얼마나 KTX 시간표에 목숨 거는지.
오전 미팅 하나 잡으려고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거.
저녁 기차 놓치면 막차가 9시라는 거.
9시 타면 10시 도착. 집 가면 11시. 다음 날 죽는다.
그래서 계산한다. 퍼즐 맞추듯이.
미팅 장소, 이동 시간, 환승, 식사, 버퍼.
엑셀로 짜놓는다. 10분 단위로.
한 곳이라도 지각하면 다 무너진다.
그래서 일찍 도착한다. 30분 전에. 카페에서 대기.
이게 지방 스타트업 대표의 서울 출장이다.
오늘도 메일 하나 왔다. “서울로 이전 계획 없으세요?” 없다. 대전에서 한다. KTX로 버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