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서울 이사 안 돼?' 라고 한 지 6개월

아내가 '서울 이사 안 돼?' 라고 한 지 6개월

아내가 ‘서울 이사 안 돼?’ 라고 한 지 6개월

그날 저녁

작년 11월이었다. 서울 출장 다녀온 날. 저녁 9시 반에 집 도착.

아들은 자고 있었다. 아내는 거실에서 노트북 보고 있었다.

“오늘 어땠어?”

“괜찮았어. 미팅 3개 다 했어.”

“VC는?”

“관심 있다는데 뭐.”

평소와 같은 대화. 그런데 아내가 노트북 덮었다.

“여보, 서울 이사 안 돼?”

멈췄다. 예상 못 한 질문이었다.

“갑자기 왜?”

“갑자기 아니야. 당신 매주 서울 가잖아.”

맞는 말이었다. 주 2회. 많을 땐 3회.

“회사 때문에 그런 거지.”

“그럼 회사를 서울로 옮기면 되잖아.”

말은 간단했다. 실행은 복잡했다.

서울로 가면

계산해봤다. 여러 번 해봤다.

판교 사무실 보증금 5000만원. 월세 300만원.

직원들 이사 비용. 새로 구해야 할 직원들.

서울 연봉은 우리 기준으로 1.5배.

개발자 한 명 뽑으려면 5500만원은 줘야 한다.

지금은 3800만원 주고 있다. 대전 기준으론 높은 편.

정부 과제. 대전시 지원 사업. 다 날아간다.

충남테크노파크 입주 혜혜택. 월 50만원 절약.

세종시 실증 사업 우선 선정. 내년에 2억.

서울 가면 다 포기.

그리고 가장 큰 문제. 아내.

“너 공무원 그만둘 거야?”

”…아니.”

“그럼?”

“주말부부 하면 되잖아.”

2살 아들이 있는데 주말부부. 말이 안 됐다.

“그건 안 돼.”

“그럼 당신이 계속 오가든가.”

결국 제자리.

아내의 진심

3월에 또 나왔다. 같은 질문.

“진짜 서울 안 가?”

이번엔 내가 물었다.

“너 진짜 가고 싶어?”

아내가 멈췄다. 대답이 늦었다.

”…잘 모르겠어.”

“뭐가?”

“가야 할 것 같은데. 가기 싫어.”

솔직한 답이었다.

아내 부모님. 우리 집에서 차로 15분.

주말마다 아들 봐준다. 평일에도 급할 때 부른다.

아내 친구들. 대학 동기들. 다 대전.

월 2회 정모. 빠지면 섭섭해함.

동네 어린이집. 원장님이 아들 좋아함.

“엄마 아빠 공무원이시죠? 안심이에요.”

이 모든 걸 버리고 서울.

“너도 가기 싫잖아.”

”…응.”

둘 다 솔직해졌다.

내 진심

나도 대전이 편하다.

출근 20분. 주차 걱정 없음.

점심 6000원. 반찬 6개 나옴.

저녁 9시에 퇴근해도 집에 9시 반.

아들 재우고 노트북 켜서 일해도 12시 전 취침.

서울 가면? 출퇴근 왕복 3시간.

집 구하려면 월세 200만원. 전세 5억.

아들 어린이집 대기 6개월.

부모님 왕래 주 1회에서 월 1회로.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나 서울 출신 아니다. 태어나서 쭉 대전.

서울 가면 외롭다. 친구 없다.

대학 동기들 다 대전 충청권.

월 1회 모임. 맥주 마시면서 하소연.

“대전에서 창업하니까 힘들지?”

“그래도 너희가 있어서 버틴다.”

서울 가면 이것도 없어진다.

서울이 부러운 순간

그래도 서울 가고 싶을 때 있다.

판교 스타트업 채용 공고 볼 때.

“시리즈 B 200억 유치”

“개발자 연봉 상한 없음”

“점심 제공, 저녁 제공, 간식 무제한”

우리는? 점심 식대 7000원 지원.

VC 미팅 잡을 때.

“대전에서 오시는 거죠? 수고 많으십니다.”

수고가 아니라 기본이 되고 싶다.

서울 창업자들 네트워킹 볼 때.

“어제 홍대에서 만났는데”

“강남에서 술 한잔 했어”

“을지로 새로 생긴 곳 가봤어?”

나는? KTX에서 노트북.

개발자 채용 공고 올릴 때.

대전 등록: 지원자 3명.

서울 등록: 지원자 47명.

이게 현실이다.

6개월 후

지금도 아내는 가끔 묻는다.

“서울 생각 없어?”

“너는?”

”…없어.”

“나도.”

그러면서도 둘 다 안다.

언젠가는 가야 할 수도 있다는 걸.

회사가 커지면. 투자 받으면. 직원이 늘면.

“서울 진출이 필수입니다.”

VC들이 하는 말.

“판교에 거점 만드세요.”

엔젤 투자자가 하는 말.

“대전에선 한계 있어요.”

선배 창업자가 하는 말.

다 맞는 말이다. 들리기 싫은 말이다.

지금 우리 방식

일단 버티기로 했다.

판교 거점 1명. 더 늘릴 계획.

나는 주 2회 서울. KTX 정기권.

대전 본사는 그대로. 연구 개발 여기서.

영업 마케팅은 서울 거점.

하이브리드. 중간 형태.

완벽하지 않다. 비효율 있다.

그래도 지금 우리한테 최선.

아내는 계속 공무원.

나는 계속 출장.

아들은 계속 대전 어린이집.

부모님은 계속 손주 봐주심.

“이게 맞나?”

자주 든는 생각.

“그래도 버틸 만하네.”

더 자주 드는 생각.

지방 창업자의 딜레마

우리 같은 사람 많다.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다들 비슷한 고민.

“서울 가야 하나?”

“여기서 버텨야 하나?”

정답은 없다.

서울 간 선배. 3년 만에 시리즈 B.

대전 남은 선배. 5년째 정부 과제.

둘 다 성공이다. 둘 다 실패 아니다.

그냥 선택의 차이.

나는 아직 대전.

언제까지? 모른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모른다.

그냥 오늘 하루 버티는 중.

아내에게

어젯밤에 아내가 또 물었다.

“힘들면 말해. 우리 서울 갈 수도 있어.”

고마운 말이었다.

“괜찮아. 지금이 좋아.”

거짓말 아니다.

힘들긴 하다. 그래도 좋다.

아들 키우면서 일하기.

부모님 가까이 살기.

친구들 자주 만나기.

이게 다 돈으로 안 된다.

서울 가면 연봉 더 받을 수 있다.

투자 더 받을 수 있다.

직원 더 뽑을 수 있다.

그래도.

“당신 오늘 몇 시에 와?”

“9시쯤?”

“그럼 저녁 같이 먹자.”

이게 안 된다.

마무리

오늘도 서울 출장.

6시 15분 KTX.

노트북 켰다.

투자 제안서 수정 중.

“대전 본사의 강점”

항목을 추가했다.

뭐라고 쓸지 고민 중이다.


대전 살면서 서울 다니기. 6개월째 아내 설득 중. 아니, 나 자신을 설득 중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