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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매출 600만원이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월 매출 600만원이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월 매출 600만원 오늘 VC랑 줌 미팅 했다. "매출 규모가 어떻게 되세요?" "월 600만원 정도요." 화면 너머로 느껴지는 미묘한 침묵. 2초? 3초? "아, 네. 성장률은요?" 질문이 바뀌었다.매출 600만원. 연 매출 7200만원. 제조업 B2B SaaS. 고객사 5곳. 이게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사실 잘 모르겠다. 스타트업 뉴스 속 숫자들 'OO 스타트업, 시리즈 A 100억 투자 유치' '창업 2년 만에 월 매출 10억 돌파' '연 매출 50억, 3년 만에 유니콘 예약' 기사 속 숫자들. 우리 매출의 16배. 166배. 833배. 계산기 두드리다가 껐다. 의미 없다.그들이 비정상인가. 우리가 비정상인가. 둘 다 정상이다. 둘 다 비정상이다.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걸 안다. 근데 자꾸 비교하게 된다. 우리 600만원의 의미 고객사 5곳. 월 평균 120만원씩 받는다. A사: 대전 금속 가공 중소기업, 월 150만원 B사: 천안 부품 제조, 월 100만원 C사: 청주 플라스틱, 월 80만원 D사: 아산 기계, 월 120만원 E사: 진천 자동차 부품, 월 150만원 각각의 사연이 있다. A사는 우리 첫 고객이다. 작년 9월에 PoC 시작했고. 올해 1월에 정식 계약했다. 대표님이 60대. "이거 진짜 되네요." 그 말 들었을 때. 돈보다 그게 좋았다.B사는 제일 까다롭다. 요구사항이 계속 늘어난다. "이 기능도 되나요?" "저것도 추가할 수 있어요?" 월 100만원에 커스터마이징 다 해준다. 우리가 바보인가. 근데 B사 피드백이 제일 좋다. 제품이 진짜 좋아지고 있다. 100만원이 아깝지 않다. 지금은. VC들이 보는 숫자 판교 VC 사무실. 지난주 목요일. "트랙션은 어느 정도세요?" "월 600만원입니다. 전월 대비 20% 성장하고 있고요." 심사역님이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눈빛이 다르다. '아, 아직 멀었구나.' 그런 느낌. "ARR이 얼마죠?" "7200만원입니다." "목표는요?" "올해 말까지 1억 2천." 또 미묘한 침묵. "시장 규모는 크신데, 성장 속도가..." 말을 흐린다. 번역: 너무 느리다. 그들이 보는 SaaS는 다르다. 월 매출 5억. 10억. 50억. B2C 구독 서비스. 글로벌 타겟. 빠른 성장. 우리는 B2B. 제조업. 느린 영업 사이클. 계약 하나에 3개월 걸린다. 공장 대표님 설득하고. 현장 테스트하고. 견적 조율하고. 3개월에 월 100만원. VC 관점에서는 답답할 거다. 나도 답답하다. 정상과 비정상 사이 동기가 하나 있다. 같이 삼성 다녔다. 걔는 서울에서 O2O 스타트업 했다. 작년에 시리즈 A 받았다. 30억. "요즘 어때?" "죽을 것 같아. 번아웃 왔어." 월 매출 8억. 직원 40명. 투자금 다 쓰고 시리즈 B 준비 중. "매출은 나는데 남는 게 없어." "마케팅비가 미쳤어." "다음 라운드 못 받으면 끝이야." 걔가 정상인가. 우리가 정상인가. 우리는 월 600만원이지만. 직원 6명 월급은 나간다. 사무실 임대료도 낸다. 정부 과제비가 있어서 가능하긴 하다. 그래도 망하진 않는다. 친구는 월 8억이지만. 언제 망할지 모른다. 투자 못 받으면 6개월. 어느 쪽이 건강한가. 모르겠다. IR 자료 만들 때 PPT 켠다. 매출 그래프 넣는다. 1월: 350만원 2월: 380만원 3월: 420만원 4월: 480만원 5월: 520만원 6월: 600만원 꾸준히 오르고 있다. 성장률로 보면 나쁘지 않다. 전월 대비 평균 15%. MoM 15%. 들리는 괜찮다. 근데 절댓값이 문제다. '월 600만원에서 15% 성장'과 '월 5억원에서 15% 성장'은 다르다. 투자자들은 후자를 원한다. 당연하다. 90만원 성장이랑 7500만원 성장이랑 다르다. '왜 우리 시장은 천천히 가는가' 이걸 설득해야 한다. "제조업 B2B는 계약이 길어요." "대신 이탈률이 낮습니다." "평균 계약 기간 3년이고요." "LTV가 높습니다." 사실이다. 근데 설득력이 약하다. 600만원이라는 숫자 앞에서는. 고객사 E사 대표님과 통화 오늘 오후 3시. E사 공장장님한테 전화 왔다. "대표님, 이번 달 추가 라인 붙이고 싶은데요." "월 50만원 더 내면 되죠?" 심장이 뛴다. "네, 가능합니다. 언제부터 하시게요?" "다음 주부터요. 생산량이 늘어서요." 600만원에서 650만원. 8.3% 성장. 전화 끊고 팀원들한테 말했다. "E사 확장한대!" 다들 좋아한다. 50만원이지만. 이게 우리한테는 크다. VC들은 이 감정을 모를 거다. 50억 스타트업이 50억 5천 된 것. 1% 성장. 우리는 8.3% 성장. 50만원이지만. 이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까. 밤 11시, 집에서 아들 재운다. 아내가 묻는다. "오늘 미팅 어땠어?" "그냥 그래. 투자는 어렵대." "매출이 적어서?" "응." 아내가 잠깐 생각한다. "근데 우리 망하진 않잖아." "응, 안 망해." "그럼 됐다." 아내 말이 맞다. 망하진 않는다. 월 600만원. 연 7200만원. 적은 돈이다. 근데 우리 제품을 쓰는 공장이 5곳. 작년엔 0곳이었다. 내년엔 10곳 될 거다. 월 1200만원. 비정상적으로 빠르진 않지만. 정상적으로 가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결국 답은 월 매출 600만원.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둘 다 맞다. VC 관점에서는 비정상이다. 투자하기엔 작다. 트랙션이 약하다. 성장이 느리다. 우리 관점에서는 정상이다. 작년보다 훨씬 나아졌다. 고객이 만족한다. 제품이 좋아지고 있다. 어제 KTX에서 생각했다. 서울 다녀오는 길. 또 투자 안 된다고 했다. 또 600만원이 작다고 했다. 근데 창밖 풍경이 좋았다. 지나가는 들판. 작은 마을들. 서울은 빠르다. 우리는 느리다. 빠른 게 항상 옳은 건 아니다. 느린 게 항상 틀린 건 아니다. 월 600만원은 시작이다. 끝이 아니라. 내년엔 1200만원. 내후년엔 2400만원. 5년 뒤엔 1억. 천천히 가도 된다. 망하지 않으면.오늘 매출 리포트 봤다. 650만원. 8.3% 올랐다. 느리지만 간다.

대전 창업 커뮤니티: 따뜻하지만 작다

대전 창업 커뮤니티: 따뜻하지만 작다

목요일 밤 밋업목요일 저녁 7시. 유성구 한 카페. 대전 스타트업 밋업이다. 오늘 참석자는 15명. 이제 얼굴 다 안다. 3개월에 한 번씩 보니까. 옆 테이블 대표는 헬스케어. 건너편은 에듀테크. 나처럼 제조업 하는 사람은 둘. 다들 좋은 사람들이다. 진심으로. "요즘 어때요?" "그럭저럭요. 대표님은?" "비슷해요." 이 대화가 편하다. 서울처럼 IR 모드 아니어도 된다. 누가 떡볶이 시켰다. 다들 나눠 먹는다. 이런 게 좋다. 근데. 떡볶이 먹으면서 드는 생각. '이 시간에 판교는 뭐 하고 있을까?'정보는 늦게 온다밋업에서 들은 이야기. "요즘 GPT 래퍼 투자 많이 받던데요." 아. 그거 두 달 전 트렌드다. 서울은 이미 지나갔다. 정보가 늦게 온다. 대전까지 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 VC 소식도 그렇다. "○○ 펀드 모집한대요." 알고 보면 이미 마감. 서울 지인한테 물어봤다. "그거 한 달 전에 끝났어." 속상하다. 정보 비대칭. 이게 진짜 문제다. 채팅방도 다르다. 서울 창업가 단톡방은 실시간. 새벽에도 메시지 올라온다. 대전 단톡방은 조용하다. 가끔 "다들 화이팅" 정도.서울 가는 날 회사에 말했다. "내일 서울 갑니다." 직원들 반응이 재밌다. "또요?" "이번 주에 벌써 두 번째예요." 미안하다. 근데 어쩔 수 없다. 서울 가는 날 일정표.9시 VC 미팅 11시 액셀러레이터 1시 점심 (예비 창업가) 3시 대기업 담당자 5시 커피챗5시 반에 대전 가는 KTX. 7시 반 도착. 사무실 들러서 9시까지. 이게 한 달에 6번. KTX 정기권 끊었다. 41만원. 회사 돈. 판교 영업 담당자가 말했다. "대표님, 서울에 거점 하나 더 두시죠." "돈이 어딨어." 실은 생각해봤다. 판교에 작은 오피스. 나랑 개발자 한 명. 근데 그럼 본사는? 대전 팀은? 다 서울 가고 싶어 할 텐데.작지만 진심인밋업 끝나고 몇 명 남았다. 근처 고깃집. 헬스케어 대표가 말했다. "저도 서울 갈까 고민했어요." "진짜요?" "근데 우리 회사 CTO가 대전 사람이라." 에듀테크 대표. "저는 부모님이 여기 계셔서." 다들 이유가 있다. 대전에 남은 이유. 누군가 물었다. "최 대표님은요?" "아내가 공무원이라." 다들 웃었다. "그게 최고죠." 이 사람들 좋다. 서로 부럽지 않은 척한다. 근데 속마음은 다 안다. 다들 서울 궁금하다. 판교 부럽다. VC 많은 곳. 개발자 많은 곳. 근데 여기 있다. 각자 이유로. 고기 먹으면서 나눈 정보. "○○ 과제 괜찮더라." "□□ 지원사업 한번 봐." "△△ 대기업 담당자 소개해줄게." 이런 거. 서울처럼 화려하진 않다. 근데 진심이다.돌아오는 KTX 밤 11시 KTX. 대전 가는 마지막 차. 서울 미팅 3개 끝. 피곤하다. 옆자리는 대학생. 취업 공부하나 봐. 나도 저랬지. 삼성 입사 준비. 서울이 꿈이었다. 지금은 반대로 간다. 서울에서 대전으로. 핸드폰 봤다. 판교 지인이 올린 인스타. "스타트업 네트워킹 데이 🔥" 사진 속 사람들 100명은 넘어 보인다. 다들 명함 주고받는다. 댓글 봤다. "대전도 이런 거 있어요?" 누가 나한테 물어본 적 있다. 있다. 15명 규모로. 차이가 크다. 인정한다. 근데. 대전 15명은 진짜 친구가 된다. 서울 100명은 명함 친구. 이렇게 생각하면서 산다. 안 그러면 못 버틴다.다음 날 아침 출근했다. 직원들이 물어본다. "어제 어땠어요?" "그냥 그랬어." 사무실 창밖. 대전 풍경. 한적하다. 서울 같으면 지금쯤. 스타벅스는 만석. 길거리는 정장 입은 사람들. 여긴 조용하다. 그게 좋을 때도 있다. 집중된다. CTO가 말했다. "대표님, 다음 달 개발자 채용 어떻게 할까요?" "서울 연봉은 못 맞춰줘." "그럼 대전에서?" "그래." 또 대전이다. 계속 대전이다. 근데 뭐. 여기서 시작했으니까. 여기서 버텨본다. 밋업 단톡방에 메시지 왔다. "다들 고생 많으셨어요 ㅎㅎ" "담에 또 봐요" 15명. 작다. 근데 따뜻하다. 그걸로 됐다. 지금은.작지만 진심이면 된다. 지금은.

직원 6명과 함께 유성구 사무실에서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

직원 6명과 함께 유성구 사무실에서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

월요일 아침 8시 20분 사무실 문 열었다. 벌써 세 명 와 있다. "대표님 커피 뽑았어요." 개발팀 막내 준호가 말한다. 고맙다고 했다. 유성구 궁동. 월세 90만원짜리 사무실. 25평. 책상 6개 딱 맞는다. 창문으로 보이는 건 아파트 단지. 판교 같은 데선 볼 수 없는 풍경이다.직원 6명. 나 빼면 5명이다. CTO 성민이형. 41살. 대전 동신고 졸업. 카이스트 전기과 나왔다. LG전자 13년 다니다가 나왔다. "형님이 하신다면요." 그 말 하나로 합류했다. 개발자 준호. 28살. 충남대 컴공. 졸업하고 바로 들어왔다. 서울 대기업 최종 면접 떨어지고 왔다. "대전이 편해요 사실." 영업 지훈이. 32살. 공주 출신. 판교 사무실 혼자 지킨다. 주 3일은 서울이다. "저 언제 대전 복귀 가능한가요?" 가끔 묻는다. 디자이너 수진씨. 29살. 청주 사람. 전 직장은 서울 광고대행사였다. "야근 지겹더라고요." 대전 온 이유다. 마케터 은영씨. 31살. 대전 태생. 남편도 대전 직장인이다. 아이 돌봐줄 친정이 가까워서 좋다고 했다. 이렇게 6명이다. 점심 먹으러 가는 길 백반집 가는 길. 5분 거리다. "오늘 메뉴 뭐예요?" "된장찌개." "어제도 된장이었는데." 매일 같이 걷는다. 같은 가게 간다. 7000원짜리 백반. 판교에선 점심 1만5천원 쓴다던데. 우린 회식도 1인당 2만원 안 넘긴다.걸으면서 성민이형이 말했다. "우리 회사 좋긴 한데." "네?" "친구가 네이버 다니는데. 연봉 듣고 깜짝 놀랐어." 말 안 했다. 나도 안다. 우리 회사 평균 연봉 3800만원. 성민이형이 5000. 나는 월급 안 받는다. 아내 공무원 월급으로 산다. 네이버 시니어 개발자는 1억 넘는다. 안다. 근데 뭐라 할 말이 없다. 오후 3시 회의 주간 회의다. 매주 월요일 3시. 의제: 대기업 A사 PoC 준비 상황. 준호가 발표했다. 데모 버전 80% 완성. 다음주 화요일 시연. "고생했다." 진심이다. 그런데 준호 표정이 어둡다. "대표님." "응." "제 동기가요. 카카오 붙었대요." "그래? 축하해주고." "네... 근데 연봉이..." 말 끊었다. 알겠다는 표정 지었다. 회의 끝나고 준호 따로 불렀다. "우리 회사 그만두고 싶어?" "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솔직히 말해도 돼." "그냥... 부러운 거죠. 솔직히." 알겠다고 했다. 나도 부럽다고 했다.퇴근 후 혼자 남아서 저녁 9시. 다들 퇴근했다. 성민이형만 남았다. "좀 더 할게요." 나도 앉아 있다. 노트북 켜놓고 멍 때린다. 직원들 이직 걱정한다. 솔직히. 준호는 카카오 가고 싶을 거다. 당연하다. 28살인데. 수진씨도 서울 에이전시에서 연락 온다고 했다. 연봉 1.5배 준다고. 은영씨는 안정적이다. 대전 떠날 일 없다. 근데 우리 회사가 계속 안정적일까? 지훈이는 판교에서 혼자 외롭다고 한다. "팀이랑 떨어져 있으니까요." 성민이형은? 모르겠다. 가끔 "나도 나이 먹는데." 그런다. 다들 더 나은 선택지가 있다. 서울 가면. 대기업 가면. 근데 여기 있다. 왜? 화요일 아침 출근했다. 준호가 또 커피 뽑아놨다. "대표님 어제 늦게까지 계셨죠?" "어떻게 알아?" "불 켜져 있더라고요. 집 가는 길에." 아무 말 안 했다. 성민이형이 말했다. "주말에 친구 만났는데." "네." "LG 때 같이 일하던 애. 걔가 그러더라. '너희 회사 재밌겠다' 하더라고." "재밌나요?" "글쎄. 재밌는 건가? 근데 나쁘진 않아." 준호가 끼어들었다. "전 좋아요 사실. 여긴." "왜?" "음... 어제 카카오 간 동기랑 통화했거든요. 걔 말 들어보니까 거긴 거기 나름대로 빡세더라고요. 야근도 많고. 팀도 20명이라 눈치 보이고." "그래도 연봉은." "그건 맞죠. 근데 전... 여기서 뭔가 만드는 게 더 보람차요." 거짓말 같았다. 근데 표정은 진지했다. 왜 안 떠날까 생각해봤다. 진짜로. 연봉은 우리가 적다. 팩트다. 삼성 네이버 카카오 절반도 안 된다. 사무실도 초라하다. 판교 스타트업들 인스타 보면 부럽다. 우린 인테리어 예산도 없다. 복지도 없다. 점심 지원 7000원 전부다. 야근 수당도 없다. 법대로 주면 회사 망한다. 그런데 왜 안 떠날까. 성민이형한테 물어봤다. 솔직하게. "형. 연봉 두 배 주는 데 있으면 안 가요?" "글쎄." "솔직히요." "솔직히... 고민은 하지. 근데 여기가 편해." "편하다고요?" "응. 나이 먹으니까 편한 게 중요해. 서울 가면 출퇴근 2시간이야. 대기업 가면 보고 라인 5단계고 눈치 봐야 하고. 여긴 뭐 대표한테 바로 얘기하면 되잖아." 준호한테도 물었다. "너 진짜 카카오 가고 싶지 않아?" "가고 싶죠. 솔직히." "그럼 왜 안 가?" "지원해도 붙을지 모르겠고요. 그리고 여기서 하는 일이 좀 더... 내 거 같아요?" "무슨 말이야?" "대기업 가면 톱니바퀴 하나잖아요. 근데 여기선 제가 만든 게 바로 고객한테 가고. 그게 좀 좋아요." 수진씨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 에이전시에서 연락 왔는데요. 거절했어요." "왜?" "거기 다니다 온 거라. 또 그럴 바엔... 여기서 천천히 가는 게 낫죠. 야근도 없고 가족 저녁 같이 먹을 수 있고." 은영씨는. "전 대전 아니면 못 살아요. 친정도 있고 어린이집도 가깝고. 서울 가자고 하면 남편이랑 싸워요." 지훈이만 애매했다. "저 진짜 대전 오고 싶어요." "판교 괜찮잖아." "외로워요 혼자. 팀이랑 밥 먹고 싶고. 근데 영업은 서울에 있어야 하니까..." 다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연봉만은 아니구나. 싶었다. 수요일 점심 또 백반집 갔다. 김치찌개였다. 은영씨가 말했다. "대표님. 우리 회사 올해 매출 목표 얼마예요?" "1억." "작년엔?" "6천." "오 좋네요. 그럼 내년엔?" "3억 목표." 준호가 물었다. "그럼 우리 연봉도 오르나요?" "당연하지. 내년에 30% 올려줄게." "오! 진짜요?" "그래야 너희가 안 떠나지." 다들 웃었다. 근데 나는 불안했다. 3억 찍을 수 있을까? PoC 하나 성공해야 하는데. 성민이형이 말했다. "대표 걱정하지 마. 우리 다 안 떠나." "왜요?" "여기 나쁘지 않아. 진짜로. 연봉은 적지만 나름 괜찮아." "괜찮다는 게..." "편해. 사람들도 좋고. 일도 의미 있고. 그리고 뭐... 우리가 대전 사람들이잖아." 그 말에 다들 고개 끄덕였다. "맞아요. 우린 대전 팀이니까." "여기서 대전 기업 하나 만들어보자고요." "서울 부럽긴 한데 우리도 할 만해요." 밥 먹으면서 그런 얘기들 했다. 나는 아무 말 못 했다. 괜히 뭉클했다. 목요일 KTX 안 서울 투자사 미팅 갔다. 오전 11시 미팅. 새벽 6시 첫차 탔다. 노트북 켰다. IR 자료 봤다. 옆자리 사람이 물었다. "스타트업 하세요?" "네." "서울이요?" "대전이요." "아 그래요? 힘드시겠어요." "괜찮아요." 힘들다. 솔직히. VC들 만나면 꼭 묻는다. "왜 대전이세요?" 그럼 나는 말한다. "대전에 좋은 인력 많고요. 제조업 강점 있고요. 생활비도 저렴하고요." 근데 속으론 생각한다. '그냥 여기가 집이라서.' 투자사 미팅 끝났다. 별로였다. "다음 라운드 때 연락 주세요." 거절이다. 에둘러 말한 거다. 판교 카페에서 커피 마셨다. 스타트업들 많더라. 다들 비슷한 옷 입고 비슷한 얘기한다. "우리 MAU가", "우리 ARR이", "시리즈A 준비 중". 부러웠다. 저 생태계가. 근데 나는 대전 사람이다. 내 팀도 대전이다. 저녁 6시 KTX 탔다. 8시 반 대전역 도착. 사무실은 아직 불 켜져 있었다. 금요일 오후 성민이형이 말했다. "다음주 화요일 PoC 시연. 준비 다 됐어." "고생했어요." "우리가 하면 되지. 뭐." 준호가 퇴근하면서 말했다. "대표님 주말 잘 쉬세요. 월요일에 봬요." "너도." "저 주말에 좀 더 손볼 건데." "야근 수당 없어." "알아요. 그래도 제가 만든 거니까 제대로 하고 싶어서요." 고맙다고 했다. 진심으로. 수진씨가 떠나면서. "대표님 우리 회사 올해 꼭 대박 나요." "그래야지." "응원할게요. 저도 열심히 할게요." 은영씨는 이렇게 말했다. "대표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다 여기 있고 싶어서 있는 거예요." 다들 퇴근했다. 나 혼자 남았다. 또. 창밖 봤다. 유성구 아파트들. 저녁 7시 불 켜지는 창문들. 여긴 서울이 아니다. 판교도 아니다. 근데 우리 팀은 여기 있다. 6명. 적은 숫자다. 연봉도 적다. 사무실도 작다. 투자도 안 된다. 그래도 다들 안 떠난다. 왜? 아마 나도 모른다. 정확히는. 근데 준호 말이 맞는 것 같다. "여기서 뭔가 만드는 게 더 보람차요." 성민이형 말도. "편해. 사람들도 좋고." 은영씨 말도. "우리 다 여기 있고 싶어서 있는 거예요." 그런 거 같다. 우린 서울 스타트업처럼 화려하지 않다. 판교 오피스처럼 멋지지도 않다. 근데 6명이 매일 같이 출근한다. 같이 백반 먹는다. 같이 회의한다. 같이 밤늦게까지 일한다. 그리고 아무도 떠나지 않는다. 적어도 아직은. 월요일 또 왔다 8시 20분 사무실 문 열었다. 벌써 네 명 와 있다. "대표님 커피요." 준호가 또 뽑아놨다. "고마워." "주말 잘 쉬셨어요?" "응. 너는?" "저 토요일에 나와서 좀 했어요." "야근 수당..." "알아요 없다는 거." 웃었다. 둘 다. 성민이형이 말했다. "이번주 화요일 PoC 잘해보자." "네." "우리 할 수 있어." 준호가 말했다. "당연히 되죠. 우리가 만들었는걸요." 수진씨가 말했다. "자료 다시 한번 봐주세요. 제가 어제 손봤어요." 은영씨가 말했다. "SNS 콘텐츠 준비했어요. 성공하면 바로 올릴 거예요." 지훈이가 서울에서 전화 왔다. "형님 저도 내일 A사 가요. 같이 하죠." 우리 팀이다. 6명. 유성구 작은 사무실. 월세 90만원. 평균 연봉 3800만원. 투자 안 되는 스타트업. 근데 이 사람들은 안 떠난다. 왜일까. 아마 우리 모두 대전 사람이라서. 여기가 집이라서. 서울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여기서 뭔가 만들 수 있다고 믿어서. 그리고 무엇보다. 같이 밥 먹고 같이 웃고 같이 일하는 게. 나쁘지 않아서. 적어도 우리에겐.직원 6명. 적지만 든든하다. 다들 각자 이유로 여기 있다. 나도.

대기업 PoC가 진행 중일 때의 불안감

대기업 PoC가 진행 중일 때의 불안감

PoC 67% 진행 중 대기업 구매팀에서 연락 왔다. "진행률 67%입니다." 좋은 건가. 나쁜 건가. 모르겠다. 3개월 전 시작한 PoC다. H사 천안 공장. 우리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테스트 중. 목표는 불량률 15% 감소. 지금 12% 나왔다. 나쁘지 않다. 근데 마음이 안 놓인다. 구매팀 김 차장이 말했다. "다음 주 중간 보고 있습니다." 중간 보고. 임원들 앞에서. 우리는 못 간다. 담당자가 알아서 한다. 알아서 잘 해주겠지. 그렇게 믿어야 한다. 근데 믿어지지가 않는다.밤 11시에 김 차장한테 카톡 보냈다. "혹시 필요한 자료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읽씹이다. 당연하다. 밤 11시인데. 새벽 2시에 답장 왔다. "괜찮습니다 ^^" 이모티콘 하나 더. 괜찮다는 게 뭐가 괜찮다는 건가. 잠이 안 온다. 3년 전 그 PoC 3년 전에도 비슷했다. 창업 첫해. L사 대전 공장. PoC 2개월 진행했다. 결과는 좋았다. 불량률 18% 줄었다. 담당 부장이 칭찬했다. "정말 좋네요." 악수했다. 명함 다시 받았다. 그리고 연락 끊겼다. 한 달 뒤 전화했다. "아, 최 대표님. 죄송한데 내부 사정이 좀..." 내부 사정. 예산. 우선순위. 타이밍. 결국 무산됐다. 2개월 인건비 800만원 날렸다. 정부 과제 돈으로 메웠다. 그때 배웠다. PoC 성공이 계약은 아니라는 걸.지금도 똑같다. 67% 진행률. 12% 불량 감소. 김 차장의 "괜찮습니다 ^^" 다 의미 없을 수 있다. 대기업의 시간 대기업은 느리다. 우리 기준으로 느리다. 김 차장이 말했다. "저희는 절차가 있어서요." 절차. 중간 보고. 최종 보고. 구매 위원회. 법무 검토. 계약서 작성. 날인. 최소 3개월이다. 김 차장 말로는. 근데 실제로는 더 걸린다. 작년에 K사 PoC 끝나고 계약까지 7개월 걸렸다. 계약금 3000만원. 그나마 감사했다. H사는 더 클 거다. 목표 계약금 8000만원. 3년 계약. 연 3억 매출. 근데 아직 PoC다. 67%다. 계약까지는 아직 멀다. 우리는 빠르다. 스타트업이니까. 결정도 빠르고 실행도 빠르다. 버그 고치는 데 하루면 된다. 대기업은 다르다. 버그 리포트 올리는 데 일주일. 검토하는 데 일주일. 수정 요청하는 데 일주일. 총 3주. 그 시간이 답답하다.김 차장한테 전화했다. "진행 상황 어떤가요?" 김 차장이 웃었다. "잘 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건 말 안 한다. 대기업 담당자는 구체적인 걸 싫어한다. 확정 안 된 걸 말하면 나중에 책임져야 하니까. 이해한다. 근데 답답하다. 월말 급여일 오늘은 25일. 급여일이다. 직원 6명 급여 총 2800만원. 4대보험 포함하면 3200만원. 이번 달 매출 600만원. 정부 과제비 1500만원 입금됐다. 총 2100만원. 1100만원 부족하다. 회사 통장에서 메운다. 통장 잔액 4700만원에서 3600만원 됐다. 다음 달은 더 빡빡하다. 정부 과제비 입금 없다. 매출은 600만원 예상. 3200만원 또 부족하다. H사 계약이 필요하다. 절실하게. 계약금 8000만원 들어오면 3개월은 버틴다. 추가 개발자 1명 뽑을 수 있다. 판교 영업 거점도 확장할 수 있다. 근데 아직 PoC다. 67%다. 사무실 막내가 물었다. "대표님, H사 언제 계약돼요?" 웃으면서 대답했다. "곧 되겠지." 확신은 없다. 판교 영업사원의 전화 판교에서 일하는 영업 최 대리가 전화했다. "대표님, S사 미팅 잡혔어요." S사. 또 대기업이다. "PoC 가능할까요?" 최 대리가 물었다. 가능하다. 당연히 가능하다. 근데 대답이 안 나왔다. H사 PoC 진행 중이다. 인력이 빠듯하다. 개발팀 4명 중 2명이 H사 붙어있다. S사까지 하면 3명 필요하다. 남는 인력이 1명이다. 그것도 신입이다. "일단 미팅 잡아." 그렇게 말했다. 최 대리가 좋아했다. "네! 다음 주 목요일이요." 끊고 나서 후회했다. H사도 불안한데 S사까지. 두 개 다 날릴 수도 있다. 근데 안 하면 기회가 없다. 지방 스타트업한테 대기업 PoC 기회가 얼마나 오는데. 다 잡아야 한다. 그게 우리 현실이다. CTO한테 말했다. "S사 PoC도 할 거 같아." CTO가 한숨 쉬었다. "인력이 없는데요." 알고 있다. 그래도 해야 한다. "신입 교육 빨리 시켜." CTO가 고개 끄덕였다. 뭐라 안 한다. 3년 같이 버텼으니까. 아내의 질문 집에 왔다. 밤 10시. 아들은 잤다. 아내가 거실에 있었다. "오늘도 늦었네." 미안하다는 말 대신 "응" 했다. 아내가 물었다. "H사는 잘 돼가?" "잘 돼가." 거짓말은 아니다. 67%니까. 잘 되고는 있다. 근데 끝은 모른다. 아내가 말했다. "이번엔 꼭 됐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다. 정말로. "계약되면 좀 여유로워질까?" 아내가 물었다. 모르겠다. 솔직히 모르겠다. 계약되면 개발 들어간다. 일정 빡빡하다. 오히려 더 바빠질 거다. 근데 그 바쁨은 괜찮다. 돈 되는 바쁨이니까. 지금 바쁨은 불안한 바쁨이다. 결과가 안 보이는 바쁨. 아내한테 말 안 했다. 통장 잔고 얘기. 다음 달 급여 얘기. S사 PoC 얘기. 말하면 걱정한다. 아내도 일한다. 공무원이다. 안정적이다. 월급 250만원 꼬박꼬박 들어온다. 우리 집 생활비는 아내 월급으로 나간다. 내 월급은 거의 안 받는다. 월 150만원만 가져간다. 나머지는 회사에 둔다. 아내가 말했다. "너무 무리하지 마." 무리 안 하면 안 된다. 스타트업은 원래 무리다. "응, 알았어." 그렇게 대답했다. 김 차장의 메시지 다음 날 아침. 출근길 KTX에서. 김 차장한테 메시지 왔다. "대표님, 중간 보고 잘 끝났습니다. 임원들 반응 괜찮았어요." 심장이 뛰었다. 괜찮았다. 괜찮았다는 거다. "감사합니다! 혹시 어떤 의견 있으셨나요?" 바로 답장 보냈다. 읽씹이다. 10분 지났다. 20분 지났다. 대전역 도착했다. 답장 안 왔다. 사무실 도착했다. 답장 왔다. "몇 가지 보완 요청 있습니다. 오후에 통화할까요?" 보완 요청. 좋은 건가 나쁜 건가. 보완하면 계약하는 건가. 아니면 그냥 더 지켜보자는 건가. "네, 통화 가능합니다." 답장 보냈다. 오후 3시까지 기다렸다. 전화 안 왔다. 4시. 5시. 6시. 저녁 7시에 전화 왔다. "죄송합니다, 회의가 길어져서요." 김 차장이 말했다. "데이터 시각화 부분 좀 더 직관적으로 개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가능하다. 충분히 가능하다. "언제까지 필요하신가요?" 물었다. "다음 주 금요일까지요." 일주일이다. 빡빡하지만 할 수 있다. "그리고요," 김 차장이 말을 이었다. "최종 보고는 다음 달 중순입니다. 그때 결정 날 거예요." 다음 달 중순. 3주 뒤다. 3주 더 기다려야 한다. 3주 동안 불안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했다. 김 차장이 웃었다. "화이팅하세요." 화이팅. 감사하다. 근데 화이팅으로 계약이 되는 건 아니다. 보완 작업 개발팀 모았다. "H사 보완 요청 들어왔다." 다들 알고 있다는 표정이다. "데이터 시각화 개선. 일주일." CTO가 고개 끄덕였다. "가능합니다." 신입 개발자가 물었다. "S사는요?" 아, S사. 다음 주 목요일 미팅. "S사는 일단 미팅만. 계약은 H사 다음." 우선순위를 정했다. H사가 먼저다. 67%까지 왔으니까. 근데 마음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H사 안 되면 S사라도 해야 하는데. S사 미팅 망치면 둘 다 없는 거다. "S사 미팅 자료는 내가 만들게." 야근 각이다. 일주일 동안 매일 밤 11시까지 일했다. H사 보완 작업. S사 미팅 자료. 정부 과제 보고서. 금요일 저녁. H사한테 보완 결과 보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읽씹이다. 주말 동안 연락 없다. 월요일 아침. 김 차장한테 메시지 보냈다. "혹시 확인하셨나요?" 오후 3시에 답장 왔다. "네, 확인했습니다. 좋네요 ^^" 좋다는 거다. 좋다는 건 계약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그렇게 믿고 싶다. S사 미팅 목요일. 판교. S사 본사. 최 대리랑 같이 갔다. 미팅룸 들어갔다. S사 구매팀 3명. 제조팀 2명. 총 5명. 우리는 2명이다. 밸런스가 안 맞는다. 근데 익숙하다. 늘 그랬다. 프레젠테이션 시작했다. 30분 발표. 질문 20분. "타사 대비 장점이 뭔가요?" "가격은 어떻게 되나요?" "구축 기간은요?" "A/S는요?" 다 대답했다. 준비한 답변들이다. 마지막 질문. "PoC 진행 경험 있으신가요?" 있다. H사. K사. L사. "L사는 무산됐다고 들었는데요?" 알고 있었다. 업계가 좁다. "네, 내부 사정으로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PoC 결과 자체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사실이다. 구매팀장이 고개 끄덕였다. "이해합니다. 검토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미팅 끝났다. 1시간. 결과는 모른다. 나오면서 최 대리가 물었다. "어떤 거 같으세요?"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일단 기다려보자." 그렇게 말했다. KTX 타고 대전 가는 길. 핸드폰 봤다. 김 차장한테 메시지 없다. S사한테도 없다. 창밖 풍경 봤다. 논밭 지나간다. 시골 마을 지나간다. 지방이다. 서울이 아니다. 여기서 스타트업 한다는 게 이런 거다. 늘 불안하다. 늘 기다린다. 3주 뒤 H사 최종 보고 일주일 전. 김 차장한테 메시지 보냈다. "혹시 준비할 거 더 있을까요?" 답장 없다. 하루 지났다. 이틀 지났다. 사흘째 되는 날. 김 차장한테 전화했다. "네, 대표님." 목소리가 무겁다. "최종 보고 준비 어떤가요?" 물었다. 김 차장이 한숨 쉬었다. 심장이 내려앉았다. "대표님, 죄송한데요..." 끝이다. 이 말 나오면 끝이다. "예산 문제가 좀 생겼어요." 예산. 예산 문제. "올해 말 예산 동결됐습니다. 내년으로 미뤄질 거 같아요." 내년. 미뤄진다. 취소는 아니다. "그럼 내년에는 가능한 건가요?" 물었다. 김 차장이 말했다. "아마도요. 근데 확답은 어렵습니다." 확답 어렵다.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네, 알겠습니다.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했다. 끊었다. 사무실 봤다. 직원들 퇴근했다. 나 혼자다. 시계 봤다. 밤 10시. 통장 잔고 확인했다. 3600만원. 다음 달 급여 3200만원. 남는 돈 400만원. 그다음 달은 어떻게 하지. S사한테 메시지 보냈다. "안녕하세요, 지난주 미팅 이후 검토 상황 어떠신가요?" 답장 안 올 거다. 알고 있다. 근데 보냈다. 집에 갔다. 아내는 자고 있었다. 아들 방 들어가서 얼굴 봤다. 잘 자고 있다. 다시 거실 나왔다. 노트북 켰다. 이력서 사이트 들어갔다. 개발자 구인공고 올렸다. "스마트팩토리 개발자 채용, 연봉 4500만원, 대전 본사" 올리고 나서 생각했다. 급여 줄 돈이 있나. 없다. 근데 올렸다. 어떻게든 되겠지. 늘 그랬으니까.67%는 100%가 아니다. 기다림은 답이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내일 출근한다.

'왜 서울 안 가세요?' - IR할 때마다 받는 질문

'왜 서울 안 가세요?' - IR할 때마다 받는 질문

또 물어본다 강남 VC 사무실. 15층. 유리창 너머 테헤란로가 보인다. "제품 괜찮네요. 근데 왜 대전이세요?" 세 번째 질문이다. 오늘만. IR 자료 23페이지에 있다. '본사 위치 전략'. 준비했다. 외웠다. "제조업 고객사가 수도권보다 충청권에 많습니다." 파트너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또 묻는다. "그래도 서울 나오시면 채용이 쉽지 않을까요?" 준비한 답변 2번. "대전도 카이스트, 충남대 인재풀이 있습니다." "음..." 하고 넘어간다. 넘어간 게 아니다. 마음속에 남는다. '지방 스타트업'이라는 꼬리표. KTX 타고 왔다. 새벽 5시 40분. 8시 미팅 맞추려고. 2시간 30분. 노트북 켜고 IR 자료 수정했다. 근데 질문은 또 같다. "서울 안 가세요?"준비한 답변들 A4 용지 한 장. 프린트했다. 'FAQ - 본사 위치 관련'.제조업 B2B는 고객사 접근성이 중요. 충청권 중소 제조업체 밀집. 서울 대비 운영비 30% 절감. R&D 집중 가능. 정부 지역 균형 발전 과제 혜택. 올해 2억 받음. 대전 인재 풀 충분. 카이스트, 충남대, ETRI 출신들. 판교 영업 거점 있음. 김 대리 상주.다 맞는 말이다. 거짓 없다. 그런데 설명하면서도 알 수 있다. 상대방 표정이. '아, 그냥 못 가는구나.' 아니다. 안 가는 거다. 차이가 있다. 아내가 대전 공무원이다. 7급. 9년차. 서울 가면 퇴사다. 우리 집 안정적 월급이 없어진다. 아들 2살. 어린이집 적응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봐준다. 서울 가면 다 없어진다. 본사 이전 비용. 보증금, 이삿비, 직원 이동 수당. 계산했다. 5천만원. 지금 통장에 없다. 이걸 IR 자료에 쓸 수 없다. '가족 때문에', '돈 없어서'. VC들은 이해 못 한다. 그래서 포장한다. '전략적 선택'이라고.서울 출장 루틴 월요일 아침. 미팅 3개 잡았다. 8시 VC. 11시 파트너사. 2시 대기업 구매팀. 대전역 5시 40분 출발. 서울역 8시 10분 도착. 지하철 20분. 딱 맞다. 어제 저녁 짐 쌌다. 노트북, 충전기, IR 자료 인쇄본, 명함 50장, 휴대폰 보조배터리. 아내가 물었다. "몇 시에 와?" "7시쯤?" "저녁은?" "서울서 먹고." 아들이 안 놔준다. 가방 잡고 논다. 안아줬다. 30초. "아빠 가야 해." 택시 탔다. 대전역까지 15분. 6500원. KTX 정기권 끊었다. 월 48만원. 주 2회 왕복하면 이득이다. 지금 주 1.5회 타는 중. 손해다. 근데 어쩔 수 없다. 서울 미팅은 무조건 서울서 한다. VC들 대전 안 온다. 한 번도 없다. "혹시 저희 쪽으로 오실 수 있으세요?" 물어봤다. 예전에. "아, 저희가 미팅이 많아서요. 서울로 오시는 게..." 알았다. 안 온다는 거. 그래서 내가 간다. 새벽에.VC 사무실 풍경 강남. 테헤란로. 역삼. 선릉. 다 비슷하다. 15층 이상. 통유리. 커피 머신. 젊은 애널리스트들. 들어가면 프런트가 웃는다. "예약하셨어요?" "네, 8시에 최지방입니다." "잠시만요." 대기한다. 소파 앉는다. 커피 마신다. 이미 세 번째다. KTX에서 두 번. 파트너 나온다. 악수한다. "오느라 고생하셨어요." "괜찮습니다." 회의실 들어간다. 빔 연결한다. 노트북 화면 띄운다. "시작하겠습니다." 15분 발표. 10분 질문. 5분 잡담. 질문은 정해져 있다. "MRR이 얼마나 되세요?" "고객사 몇 곳이에요?" "엔지니어는 몇 분이세요?" "시리즈 A 계획은?" 그리고 마지막. "왜 대전이세요?" 또. "제조업 특성상..." 설명한다. 또. 파트너 고개 끄덕인다. 근데 눈빛이 다르다. '흠...' 하는 눈빛. 끝나고 나온다. 엘리베이터 탄다. 1층 내린다. 결과 나올 때까지 2주. 메일 온다. "검토 결과, 이번 라운드는..." 탈락. 다음 VC 찾는다. 강남. 테헤란로. 역삼. 선릉. 반복. 판교 부러움 김 대리가 보낸다. 카톡. "대표님, 여기 개발자 채용 공고 미쳤어요." 판교 스타트업. 시리즈 B. 3년차 개발자 연봉 7천. 우리는 4500 준다. 한도다. "그러게요." 답장 이게 다다. 김 대리 말 맞다. 판교는 다르다. 점심시간에 개발자들 우글우글. 카페 자리 없다. 네트워킹 자연스럽다. "어느 회사세요?" "저희 뭐하는 덴데..." 명함 주고받는다. 나중에 연락된다. 이직 제안, 협업 제안, 투자 소개. 우리는 그게 없다. 대전 유성구. 점심시간 백반집. "뭐 드릴까요?" "제육 하나요." 개발자 만날 일 없다. 다들 대기업이나 연구소 다닌다. 스타트업 안 한다. 채용 공고 올렸다. 3주 됐다. 지원자 2명. 경력 안 맞다. 판교였으면 20명 왔다. 알고 있다. 서울 연봉 못 준다. 스톡옵션으로 때운다. "저희 성장 가능성이..." 누가 믿냐. 지방 스타트업 스톡옵션. 안 믿는다. 본인도. 대전의 장점 있다. 진짜로. 출퇴근 30분. 서울은 1시간 30분. 점심값 7천원. 서울은 1만 2천원. 사무실 보증금 3천. 서울은 1억. 주차 공짜. 서울은 월 20만원. 저녁 9시 퇴근해도 집 9시 30분 도착. 서울은 11시. 아들 보는 시간 더 많다. 주말에 처가 가기 쉽다. 부모님 자주 본다. 다 좋다. IR 자료에 쓴다. "운영비 효율성", "워라밸 가능", "지역 거점 전략". VC들 고개 끄덕인다. 근데 투자 안 한다. 알고 있다. 장점 아니라는 거. 핑계다. 서울 못 가는 이유를 정당화하는. 솔직히 말하면 이거다. '서울 가면 좋은데, 못 간다.' 근데 IR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대전이 전략적으로 유리합니다.' 거짓말 아니다. 반은 진짜다. 반만. 정부 과제 의존 올해 R&D 과제 2억 받았다. '지역 특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개발' 없으면 망했다. 직원 월급 못 줬다. 정부 과제는 지방이 유리하다. 진짜다. 지역 균형 발전. 가점 있다. 서울보다 붙기 쉽다. 그래서 또 신청한다. 내년 과제. '중소 제조업체 AI 품질관리 시스템' 3억 신청. 2억은 받을 것 같다. 근데 불안하다. 정부 과제로만 버티는 거. 스타트업 아니다. 연구소다. 매출 늘려야 한다. 월 600만원. 목표는 3천만원. 고객사 늘려야 한다. 지금 8곳. 목표는 30곳. 근데 영업이 안 된다. 대기업 PoC 3개월째. 결과 안 나온다. "검토 중입니다." 기다린다. 또. 서울이었으면 다를까? 모르겠다. 알고 싶지도 않다. 아내의 한마디 저녁 9시 30분 도착. 아들 잤다. 아내가 TV 본다. "어땠어?" "그냥." "투자 될 것 같아?" "글쎄." 앉았다. 피곤하다. 아내가 말한다. "서울 가고 싶어?" "..." "솔직히 말해봐." "모르겠어." 진짜 모르겠다. 서울 가면 기회 많다. 안다. VC 가깝다. 인재 많다. 네트워크 있다. 근데 잃는 것도 많다. 아내 월급 없어진다. 300만원. 우리 집 안전판. 아이 돌봐줄 사람 없다. 어린이집비 두 배. 집값 비싸다. 전세 3억 더 필요. 출퇴근 3시간. 아들 얼굴 못 본다. 계산하면 서울 가는 게 손해다. 지금은. 근데 IR할 때는 확신 없다. '대전이 맞을까?' 아내가 말했다. 예전에. "우리는 서울 안 가도 돼. 여기서도 할 수 있어." 맞는 말이다. 하고 싶은 말이다. 근데 VC들 눈빛 보면 흔들린다. '서울 가야 하나?' 답 없다. IR 끝나고 회의 끝났다. 악수했다. "검토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엘리베이터 탔다. 1층 내렸다. 시계 봤다. 10시 30분. 다음 미팅 11시. 30분 남았다. 스타벅스 들어갔다. 아메리카노 주문. 네 번째다. 앉았다. 노트북 켰다. IR 자료 수정한다. 또. 23페이지. '본사 위치 전략'. 지운다. 다시 쓴다. "대전 본사 유지의 3가지 이유"제조업 고객사 접근성 운영비 효율화 지역 특화 지원 사업 활용저장한다. 근데 안다. 다음 미팅 가면 또 물어본다. "왜 서울 안 가세요?" 답한다. 또. 외운 대로.서울행 KTX는 주 2회. 질문은 매번 같다. 답변도 같다. 근데 확신은 매번 흔들린다.

아내가 '서울 이사 안 돼?' 라고 한 지 6개월

아내가 '서울 이사 안 돼?' 라고 한 지 6개월

아내가 '서울 이사 안 돼?' 라고 한 지 6개월 그날 저녁 작년 11월이었다. 서울 출장 다녀온 날. 저녁 9시 반에 집 도착. 아들은 자고 있었다. 아내는 거실에서 노트북 보고 있었다. "오늘 어땠어?" "괜찮았어. 미팅 3개 다 했어." "VC는?" "관심 있다는데 뭐." 평소와 같은 대화. 그런데 아내가 노트북 덮었다. "여보, 서울 이사 안 돼?" 멈췄다. 예상 못 한 질문이었다. "갑자기 왜?" "갑자기 아니야. 당신 매주 서울 가잖아." 맞는 말이었다. 주 2회. 많을 땐 3회. "회사 때문에 그런 거지." "그럼 회사를 서울로 옮기면 되잖아." 말은 간단했다. 실행은 복잡했다.서울로 가면 계산해봤다. 여러 번 해봤다. 판교 사무실 보증금 5000만원. 월세 300만원. 직원들 이사 비용. 새로 구해야 할 직원들. 서울 연봉은 우리 기준으로 1.5배. 개발자 한 명 뽑으려면 5500만원은 줘야 한다. 지금은 3800만원 주고 있다. 대전 기준으론 높은 편. 정부 과제. 대전시 지원 사업. 다 날아간다. 충남테크노파크 입주 혜혜택. 월 50만원 절약. 세종시 실증 사업 우선 선정. 내년에 2억. 서울 가면 다 포기. 그리고 가장 큰 문제. 아내. "너 공무원 그만둘 거야?" "...아니." "그럼?" "주말부부 하면 되잖아." 2살 아들이 있는데 주말부부. 말이 안 됐다. "그건 안 돼." "그럼 당신이 계속 오가든가." 결국 제자리.아내의 진심 3월에 또 나왔다. 같은 질문. "진짜 서울 안 가?" 이번엔 내가 물었다. "너 진짜 가고 싶어?" 아내가 멈췄다. 대답이 늦었다. "...잘 모르겠어." "뭐가?" "가야 할 것 같은데. 가기 싫어." 솔직한 답이었다. 아내 부모님. 우리 집에서 차로 15분. 주말마다 아들 봐준다. 평일에도 급할 때 부른다. 아내 친구들. 대학 동기들. 다 대전. 월 2회 정모. 빠지면 섭섭해함. 동네 어린이집. 원장님이 아들 좋아함. "엄마 아빠 공무원이시죠? 안심이에요." 이 모든 걸 버리고 서울. "너도 가기 싫잖아." "...응." 둘 다 솔직해졌다. 내 진심 나도 대전이 편하다. 출근 20분. 주차 걱정 없음. 점심 6000원. 반찬 6개 나옴. 저녁 9시에 퇴근해도 집에 9시 반. 아들 재우고 노트북 켜서 일해도 12시 전 취침. 서울 가면? 출퇴근 왕복 3시간. 집 구하려면 월세 200만원. 전세 5억. 아들 어린이집 대기 6개월. 부모님 왕래 주 1회에서 월 1회로.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나 서울 출신 아니다. 태어나서 쭉 대전. 서울 가면 외롭다. 친구 없다. 대학 동기들 다 대전 충청권. 월 1회 모임. 맥주 마시면서 하소연. "대전에서 창업하니까 힘들지?" "그래도 너희가 있어서 버틴다." 서울 가면 이것도 없어진다.서울이 부러운 순간 그래도 서울 가고 싶을 때 있다. 판교 스타트업 채용 공고 볼 때. "시리즈 B 200억 유치" "개발자 연봉 상한 없음" "점심 제공, 저녁 제공, 간식 무제한" 우리는? 점심 식대 7000원 지원. VC 미팅 잡을 때. "대전에서 오시는 거죠? 수고 많으십니다." 수고가 아니라 기본이 되고 싶다. 서울 창업자들 네트워킹 볼 때. "어제 홍대에서 만났는데" "강남에서 술 한잔 했어" "을지로 새로 생긴 곳 가봤어?" 나는? KTX에서 노트북. 개발자 채용 공고 올릴 때. 대전 등록: 지원자 3명. 서울 등록: 지원자 47명. 이게 현실이다. 6개월 후 지금도 아내는 가끔 묻는다. "서울 생각 없어?" "너는?" "...없어." "나도." 그러면서도 둘 다 안다. 언젠가는 가야 할 수도 있다는 걸. 회사가 커지면. 투자 받으면. 직원이 늘면. "서울 진출이 필수입니다." VC들이 하는 말. "판교에 거점 만드세요." 엔젤 투자자가 하는 말. "대전에선 한계 있어요." 선배 창업자가 하는 말. 다 맞는 말이다. 들리기 싫은 말이다. 지금 우리 방식 일단 버티기로 했다. 판교 거점 1명. 더 늘릴 계획. 나는 주 2회 서울. KTX 정기권. 대전 본사는 그대로. 연구 개발 여기서. 영업 마케팅은 서울 거점. 하이브리드. 중간 형태. 완벽하지 않다. 비효율 있다. 그래도 지금 우리한테 최선. 아내는 계속 공무원. 나는 계속 출장. 아들은 계속 대전 어린이집. 부모님은 계속 손주 봐주심. "이게 맞나?" 자주 든는 생각. "그래도 버틸 만하네." 더 자주 드는 생각. 지방 창업자의 딜레마 우리 같은 사람 많다.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다들 비슷한 고민. "서울 가야 하나?" "여기서 버텨야 하나?" 정답은 없다. 서울 간 선배. 3년 만에 시리즈 B. 대전 남은 선배. 5년째 정부 과제. 둘 다 성공이다. 둘 다 실패 아니다. 그냥 선택의 차이. 나는 아직 대전. 언제까지? 모른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모른다. 그냥 오늘 하루 버티는 중. 아내에게 어젯밤에 아내가 또 물었다. "힘들면 말해. 우리 서울 갈 수도 있어." 고마운 말이었다. "괜찮아. 지금이 좋아." 거짓말 아니다. 힘들긴 하다. 그래도 좋다. 아들 키우면서 일하기. 부모님 가까이 살기. 친구들 자주 만나기. 이게 다 돈으로 안 된다. 서울 가면 연봉 더 받을 수 있다. 투자 더 받을 수 있다. 직원 더 뽑을 수 있다. 그래도. "당신 오늘 몇 시에 와?" "9시쯤?" "그럼 저녁 같이 먹자." 이게 안 된다. 마무리 오늘도 서울 출장. 6시 15분 KTX. 노트북 켰다. 투자 제안서 수정 중. "대전 본사의 강점" 항목을 추가했다. 뭐라고 쓸지 고민 중이다.대전 살면서 서울 다니기. 6개월째 아내 설득 중. 아니, 나 자신을 설득 중인지도.

대전에서 개발자를 찾다: 서울과의 눈에 띄는 격차

대전에서 개발자를 찾다: 서울과의 눈에 띄는 격차

대전에서 개발자를 찾다: 서울과의 눈에 띄는 격차 판교에서 온 선후배들 SNS를 보면 항상 같은 내용이다. "개발자 채용 공고 올렸습니다"라는 글 아래 댓글이 50개. 지원자 20명. 면접 스케줄 잡기 힘들다고 한다. 그들 얘기 들을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한 번도 그런 경험이 없어서다. 대전에서 3년을 운영하면서 배운 게 있다. 서울과 지방의 차이는 서비스 규모나 시장이 아니었다. 개발자 수급 격차였다. 같은 연봉, 같은 조건을 제시해도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공고 올린 지 3개월, 여전히 침묵 지난 3월이었다. 백엔드 개발자 1명, 풀스택 개발자 1명 공고를 올렸다. 잡코리아, 원티드, 로켓펀치 다 했다. SNS도 돌렸다. 회사 홈페이지에도 붙였다. 연봉은 대전 기준 상위권 4500만원부터 5200만원. 복지도 나쁘지 않다. 주 4일 출근 가능. 재택 무제한. 스톡옵션도 나눠줄 준비 했다. 3개월. 정확히 92일이 지났다. 연락 온 사람은 2명. 둘 다 지원 후 면접에서 떨어졌다. 한 명은 "서울로 갈 계획이 있어서요"라고 했다. 다른 한 명은 "부모님 반대가 있어서요"라고 했다. 그 사이 판교 회사에서 일하는 대학 후배한테 물었다. 그 친구 스타트업도 백엔드 공고를 올렸다고 했다. 같은 달이었다. 월급은 5000만원 + 주식. 같은 정도다. 다른 점은 지원 속도였다. 일주일 만에 10명 지원. 2주 만에 면접. 한 달 만에 채용 완료였다고 한다. 내가 했던 모든 노력은 뭐였나. 공고 올리기, SNS 홍보, 대전 커뮤니티 찾아다니기. 다 헛수고였나. 서울 후배에게 물었다. "너희는 지원자가 많긴 해? 근데 질이 좋아?" 그 친구 대답은 씁쓸했다. "질? 그건 모르겠는데, 어쨌든 선택지가 많긴 해. 대전이 어때?" 못했다. 대답을 못 했다. 같은 돈, 다른 선택 연봉을 올려봤다. 45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게임 회사나 대기업 인턴 수준이다. 대전에선 거의 톱 티어 급이다. 같은 공고를 다시 올렸다. 지원자는 3명. 이전과 비슷했다. 한 명은 인턴 경력 1년, 한 명은 팀프로젝트 경험만 있는 사람, 한 명은 정말 잘하는 사람이었다. 잘하는 사람과 면접을 잡았다. 대전 출신이었다. 서울에서 일하다가 부모님 병환으로 내려온 사람. 결과적으로 우린 그 사람을 채용했다. 근데 그 사람도 "1년 정도 있다가 다시 서울 갈 예정"이라고 했다. 반대로 서울 후배한테 물었다. 연봉을 올려도 괜찮은가. 그 친구는 웃었다. "올려서 뭐하냐. 지금도 선택 못 할 정도인데." 그때 깨달았다. 이건 연봉 문제가 아니었다. 위치 문제였다.생태계의 차이 이건 개발자 개인의 선택이 아니었다. 생태계 자체가 다르다는 거였다. 서울에 있으면 한 회사 안 돼도 다음 회사가 있다. 5분 거리에 10개 회사. 30분 거리에 100개 회사. 실력이 있으면 언제든 이직할 수 있다. 커뮤니티도 있다. 강의도 있다. 멘토도 있다. 스터디 그룹도 있다. 개발자로서 성장할 모든 인프라가 있다. 대전은 어떤가. 개발 회사는 있다. 근데 IT 회사가 있는 게 다다. 다음 직업까지의 거리가 멀다. 대학생들은 아예 처음부터 서울로 간다. 왜냐하면 "대전에 괜찮은 IT 회사가 없다"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삼성 가고, 나중에 서울에서 스타트업 했고, 이제 내려와 있다. 서울에서 온 우리 판교 거점 직원이 말했다. "회장님, 개발자 이직 속도 보셨어요? 서울은 월 평균 5~10%가 이직해요. 개발자 유통시장이 활발해요. 근데 대전은요? 애초에 시장 자체가 작으니까 이직할 데가 없어요." 맞다. 대전에 좋은 개발자가 없는 게 아니었다. 좋은 개발자들이 서울로 다 가는 거였다. 그들 입장에선 당연한 선택이다. 숫자로 본 현실 사람들은 항상 물었다. "왜 대전에 있어요?" 나도 현실적으로 계산해본 적 있다. 상황 A: 서울로 본사 이전판교 오피스 임차료: 월 1200만원 개발자 4명 연봉 상승분: 월 1500만원 (대전 대비) 대면 미팅 시간: 주 30시간 절약 1년: 총 3억 2400만원 추가 비용상황 B: 현재 (대전 본사 유지)임차료: 월 350만원 개발자 연봉: 현재 수준 KTX 왕복: 월 280만원 서울 미팅 이동 시간: 주 10시간 소요 개발자 채용 실패율: 90%계산은 명확했다. 서울로 가면 확실히 더 비싸다. 근데 채용 성공률이 10배 다르다. 아내한테 이 계산을 보여줬다. 아내는 "그냥 대전에서 잘 돌아가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맞다. 지금도 잘 돌아간다. 월 매출 600만원. 대기업 PoC 진행 중. 정부 과제도 있다. 그래도 불안하다. 불안의 원인은 간단했다. 개발 인력이 없으면 기술 고도화가 안 된다. 기술 고도화가 안 되면 대기업이나 해외 시장 진출이 어렵다. 하면 못하는 게 아니라 속도가 느리다. 스타트업은 속도다. 속도가 느리면 진다.해결책은 없는가 벤처캐피탈과 미팅을 할 때마다 물어본다. "지방 스타트업이라는 게 문제 되나요?" VC들은 항상 같게 답한다. "아니요, 좋은 팀이면 상관없어요." 다음 질문은 자동으로 나온다. "그럼 개발자 채용이 어렵다면요?" 그때 VC들은 침묵한다. 아니면 "원격 근무로 해봤어요?"라고 한다. 원격 근무. 시도해봤다. 서울 개발자 2명과 면접했다. 다 탈락했다. 이유는 "원격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출퇴근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었다. 결국 같은 문제였다. 대전으로 내려올 생각이 없다는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뭔가. 계속 고민했다.서울로 옮긴다 - 비용 3배, 가족 반발 해외 개발자를 쓴다 - 시간대 차이, 언어 장벽, 관리 복잡 인공지능으로 채운다 - 아직 B2B SaaS 레벨 아님 현재 팀으로 최선을 다한다 - 이미 하고 있음현재 팀. 6명. 백엔드 1명, 프론트 1명, 인프라 1명, 그리고 나포함 하이브리드. 우리는 3개월에 피처 1개 정도 낸다. 서울 같은 규모 팀은 주 1개다. 계산해보면 속도 격차는 4배다. 나는 이 격차를 뭔가로 채워야 한다. 코드로? 아니면 영업으로? 진짜 문제는 다른 곳 최근에 깨달았다. 개발자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는 걸. 진짜 문제는 "선택지의 부재"다. 좋은 개발자는 선택을 한다. 어디서 일할지. 누구와 일할지. 뭘 만들지. 개발자가 적으면 선택권이 많다. 대전은 선택권이 없다. 그래서 개발자들은 처음부터 서울을 간다. 만약 대전에 좋은 스타트업이 10개 있었다면? 개발자들이 남아있지 않았을까. 만약 연쇄 창업자들이 많았다면? 이탈리 효과가 생기지 않았을까. 근데 그건 내 문제가 아니다. 개인 스타트업 대표로서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생태계 문제다. 정부 정책 문제다. 지역 경제 문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뭔가. 오늘도 KTX에 탄다. 월요일. 서울 미팅 3개. 개발자 네트워킹 1개. 새벽 5시 40분 첫 차. 노트북 꺼내고 시작한다. 팀에서 미처 못 한 코드 리뷰. 너무 피곤해서 자다 깨어 나면 대전이다. 아내는 "또 가세요?"라고 했다. 나는 "마지막 PoC 미팅이야"라고 했다. 그건 거짓이다. 이런 출장은 계속 있을 거다. KTX 창밖으로 대전 들판이 보인다. 노란 유채꽃이 피고 있다. 멀리서 보면 예쁘다. 안에 있으면 답답하다. 이게 지방 스타트업의 현실이다. 선택이 아니라 현실이다.판교는 지원자가 50명인데 난 3개월에 0명. 이게 격차라고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