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대전 거주: 이건 운인가 약인가

부모님 대전 거주: 이건 운인가 약인가

어제 또 불렀다

어제 아침 7시 출근길. 아내가 전화했다. “아들이 열 났어.” 나는 KTX 안이었다.

부모님한테 전화했다. “엄마, 미안한데 유찬이 좀…” 30분 후 우리 집에 도착하셨다고.

이번 달만 세 번째다. 부모님 안 계셨으면 회사 접었다.

부모님이 가까이 산다는 것

대전에 남은 이유 중 하나. 솔직히 크다.

아이 아플 때. 출장 갈 때. 야근할 때. 아내 야근할 때.

부모님이 10분 거리다. 이게 얼마나 큰 건지.

서울 스타트업 대표들 얘기 들으면. 베이비시터 월 200만원. 친정 내려오면 KTX 왕복 10만원. 명절 때만 만난다.

우리는? 일주일에 두세 번 본다. 아들은 할머니가 키운다고 생각한다.

감사하다. 진심으로.

근데.

이게 족쇄일 수도

지난주 서울 VC 미팅. “왜 대전이세요? 판교로 오시죠.”

대답했다. “가족이 대전이라서요.”

투자자가 웃었다. “아, 그럼 어쩔 수 없네요.”

그 말투. ‘지방에 묶인 사람’ 보는 눈빛.

집에 와서 생각했다. 부모님이 가까이 있어서. 서울 못 가는 거 아닌가.

아내는 공무원이다. 대전시청 7급. 전근 없다. 사표 낼 생각도 없다.

부모님은 평생 대전이다. 처가도 대전이다. 아들 어린이집도 대전이다.

나만 서울로? 그건 아니다.

그럼 가족 다 데리고? 아내 커리어 포기? 부모님 70 넘어서 이사?

불가능하다.

서울 나간 친구

대학 동기 하나. 작년에 서울로 올라갔다. 핀테크 스타트업.

엊그제 통화했다. “애 아프면 어떡해?” ”..일단 병원 보내고 어린이집 가요.” “진짜 아프면?” “둘 중 하나 조퇴하죠. 뭐.”

목소리가 피곤했다. 주말에 대전 내려온댔다. 아이 친정에 맡기려고.

편도 2시간. 주말마다.

“대전 있을 때가 좋았다.” 그렇게 말했다.

나는 대답 못 했다. 너 서울 가고 싶다고 했잖아. 3년 전에.

운인가 약인가

솔직히 모르겠다.

부모님 덕분에 버틴다. 출장도 가고. 야근도 하고. 회사도 돌아간다.

아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좋아한다. 일주일에 서너 번 본다. 이게 얼마나 귀한 건지.

나도 안다. 부모님 연세 생각하면. 지금 아니면 못 본다.

근데.

서울 가면 투자 쉽다는 거. 개발자 구하기 쉽다는 거. 네트워크 넓어진다는 거.

다 안다.

대전 있으면 VC들 만날 때마다 설명한다. “왜 대전이세요?” “가족이 있어서요.” “아…”

그 ‘아…’ 소리. 들을 때마다.

이게 핑계인가 싶다.

어제 저녁

부모님 집에서 저녁 먹었다. 아버지가 물었다. “회사 잘돼?”

“네, 괜찮아요.” 거짓말이다. 투자 안 들어오면 연말까지다.

어머니가 말했다. “유찬이 크는 거 보니까 좋다.” “우리 젊었을 때는 못 봤는데.”

아버지도 그랬다. 삼성전자 기흥 공장. 나 어릴 때 거의 못 봤다.

지금 나는? 아들 재우고 나온다. 아침에 깨워준다. 주말엔 공원 간다.

대전이라서 가능하다. 부모님 도움으로 가능하다.

이게 운이다. 분명히.

근데 왜.

서울 간 친구들 보면. 부럽다.

답은 없다

오늘도 KTX 탄다. 서울 IR 있다.

부모님한테 전화했다. “아버지, 오늘 서울 갔다 와요.” “그래, 조심히 다녀와라.” “유찬이는…” “걱정 마라. 우리가 데리고 있는다.”

끊고 나서. 또 생각한다.

이게 운인지. 족쇄인지.

대전에 남은 게. 정답인지. 핑계인지.


부모님 전화번호는 즐겨찾기 1번이다. 아내보다 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