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카페카에서 콜드메일 보내기: 성공률은 몇 프로?
- 05 Dec, 2025
카페카에서 콜드메일 쓴다
오늘도 KTX다. 판교 미팅 3개. 새벽 6시 첫차.
카페카에 자리 잡았다. 노트북 켰다. 와이파이 연결 기다린다. 터널 지나가면 끊긴다. 대전-서울 구간은 터널이 많다.
메일함 열었다. 어젯밤 보낸 VC 콜드메일 15통. 회신 0건.
당연하다.

50통 보내면 1통 온다
작년부터 계산했다. 콜드메일 성공률 2%.
50통 보내면 1통 회신 온다. 그중에 미팅으로 이어지는 건 10통 중 1통. 결국 500통 보내야 미팅 1개다.
투자까지 가려면? 아직 모른다. 미팅은 20번 했는데 투자는 안 받았다.
지방 스타트업이라고 말하면 표정이 변한다. “오, 대전이시군요.” 그 다음은 정부 과제 얘기.
“R&D 많이 받으셨나요?”
받았다. 2억. 그게 뭐 어쨌다고.
어제 본 강남 VC는 이렇게 말했다. “팀이 서울로 오실 계획은요?”
계획 없다고 했다. 아내가 공무원이라고. 아들이 어린이집 다닌다고.
“아, 그러시면 조금…”
끝까지 안 했다. 어려울 거라는 말.

밤 11시 콜드메일 루틴
집에 왔다. 아들 재웠다. 아내는 TV 본다.
노트북 켰다. 11시 30분. 콜드메일 쓸 시간이다.
크런치베이스 열었다. 국내 VC 리스트. 파트너 이름 찾는다. 링크드인 확인. 메일 주소 추정한다.
firstname@vcfirm.com
firstname.lastname@vcfirm.com
f.lastname@vcfirm.com
3개 다 cc로 넣는다. 하나는 걸린다.
제목은 매번 바꾼다.
- “대전 제조 SaaS, 미팅 요청드립니다”
- “스마트팩토리 B2B, 30분만 시간 주십시오”
- “지방 제조업 시장, 기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본문은 템플릿이다. 4문단.
- 인사 + 우리 소개 (2줄)
- 트랙션 숫자 (3줄)
- 시장 기회 (3줄)
- 미팅 요청 (1줄)
총 200단어 안쪽. 길면 안 읽는다.
“저희는 대전에서…” 이 문장을 넣을까 말까 고민했다. 지금은 넣는다. 어차피 미팅 가면 알게 된다. 투명하게 가는 게 낫다.
발송. 15통. 오늘 할당량 끝.
내일 아침에 확인한다. 기대는 안 한다. 그래도 확인한다.
회신이 올 때
2주 전이었다.
아침에 메일 열었다. 회신 1건. 심장이 뛰었다.
“관심 있습니다. 다음 주 가능하신가요?”
판교 VC였다. 시리즈 A 전문. 제조 쪽 투자 몇 건 있었다.
그날 하루 기분이 좋았다. 팀한테도 말했다. “VC 미팅 잡혔어.”
다들 좋아했다. “서울이요?” “판교요?”
“응. KTX 타고 간다.”
미팅은 1시간이었다. 파트너랑 애널리스트. 질문 많이 받았다.
“제조업 고객사는 몇 곳이세요?” “7곳이요. 대기업 PoC 1곳 포함이요.”
“MRR은요?” “600이요. 이번 분기 목표는 1500.”
“팀은요?” “6명. 개발 3, 영업 2, 디자인 1.”
“다 대전이세요?” “네. 판교에 영업 1명 있어요.”
“음…”
그 ‘음…’을 안다. 지방 팀이 불안하다는 뜻이다.
“개발자 채용은 어떻게 하세요?” “로컬 위주요. 충남대, 한밭대 출신들.”
“서울 경력직은요?” “연봉 못 맞춰요. 대전 물가로는 7천이 한계거든요.”
“아…”
미팅 끝나고 계단 내려오는데 알았다. 안 될 거다.
일주일 뒤 회신 왔다. “좋은 팀이시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괜찮다. 익숙하다.

2% 확률에 매일 건다
오늘도 카페카다. 대전으로 돌아간다.
노트북 켰다. 콜드메일 10통 더 보낸다. 저녁에 15통 더 보낼 거다.
50통 보내면 1통 온다. 500통 보내면 미팅 1개다. 5000통 보내면? 투자 1건 받을까?
모른다. 그래도 보낸다.
아내한테 말했다. “서울 VC들한테 매일 메일 보낸다.”
“받아?”
“가끔.”
“힘들겠다.”
“할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어.”
대전에서 스타트업 한다는 건 이런 거다. 서울 가는 KTX에서 와이파이 잡으면서 메일 쓴다. 터널 지나가면 작성 중이던 문장 날아간다. 다시 쓴다.
성공률 2%. 나쁘지 않다. 보험 영업 성공률보다 높다.
그리고 나는 매일 보낸다. 보험 영업보다 많이 보낸다.
언젠가는 된다. 확률의 문제다. 50통이 안 되면 100통. 100통이 안 되면 500통.
회사 망하기 전까지는 보낸다.
KTX 도착 10분 전. 노트북 정리했다. 오늘 보낸 메일 25통. 내일 아침에 확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