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From
직원
- 10 Dec, 2025
직원 6명과 함께 유성구 사무실에서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
월요일 아침 8시 20분 사무실 문 열었다. 벌써 세 명 와 있다. "대표님 커피 뽑았어요." 개발팀 막내 준호가 말한다. 고맙다고 했다. 유성구 궁동. 월세 90만원짜리 사무실. 25평. 책상 6개 딱 맞는다. 창문으로 보이는 건 아파트 단지. 판교 같은 데선 볼 수 없는 풍경이다.직원 6명. 나 빼면 5명이다. CTO 성민이형. 41살. 대전 동신고 졸업. 카이스트 전기과 나왔다. LG전자 13년 다니다가 나왔다. "형님이 하신다면요." 그 말 하나로 합류했다. 개발자 준호. 28살. 충남대 컴공. 졸업하고 바로 들어왔다. 서울 대기업 최종 면접 떨어지고 왔다. "대전이 편해요 사실." 영업 지훈이. 32살. 공주 출신. 판교 사무실 혼자 지킨다. 주 3일은 서울이다. "저 언제 대전 복귀 가능한가요?" 가끔 묻는다. 디자이너 수진씨. 29살. 청주 사람. 전 직장은 서울 광고대행사였다. "야근 지겹더라고요." 대전 온 이유다. 마케터 은영씨. 31살. 대전 태생. 남편도 대전 직장인이다. 아이 돌봐줄 친정이 가까워서 좋다고 했다. 이렇게 6명이다. 점심 먹으러 가는 길 백반집 가는 길. 5분 거리다. "오늘 메뉴 뭐예요?" "된장찌개." "어제도 된장이었는데." 매일 같이 걷는다. 같은 가게 간다. 7000원짜리 백반. 판교에선 점심 1만5천원 쓴다던데. 우린 회식도 1인당 2만원 안 넘긴다.걸으면서 성민이형이 말했다. "우리 회사 좋긴 한데." "네?" "친구가 네이버 다니는데. 연봉 듣고 깜짝 놀랐어." 말 안 했다. 나도 안다. 우리 회사 평균 연봉 3800만원. 성민이형이 5000. 나는 월급 안 받는다. 아내 공무원 월급으로 산다. 네이버 시니어 개발자는 1억 넘는다. 안다. 근데 뭐라 할 말이 없다. 오후 3시 회의 주간 회의다. 매주 월요일 3시. 의제: 대기업 A사 PoC 준비 상황. 준호가 발표했다. 데모 버전 80% 완성. 다음주 화요일 시연. "고생했다." 진심이다. 그런데 준호 표정이 어둡다. "대표님." "응." "제 동기가요. 카카오 붙었대요." "그래? 축하해주고." "네... 근데 연봉이..." 말 끊었다. 알겠다는 표정 지었다. 회의 끝나고 준호 따로 불렀다. "우리 회사 그만두고 싶어?" "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솔직히 말해도 돼." "그냥... 부러운 거죠. 솔직히." 알겠다고 했다. 나도 부럽다고 했다.퇴근 후 혼자 남아서 저녁 9시. 다들 퇴근했다. 성민이형만 남았다. "좀 더 할게요." 나도 앉아 있다. 노트북 켜놓고 멍 때린다. 직원들 이직 걱정한다. 솔직히. 준호는 카카오 가고 싶을 거다. 당연하다. 28살인데. 수진씨도 서울 에이전시에서 연락 온다고 했다. 연봉 1.5배 준다고. 은영씨는 안정적이다. 대전 떠날 일 없다. 근데 우리 회사가 계속 안정적일까? 지훈이는 판교에서 혼자 외롭다고 한다. "팀이랑 떨어져 있으니까요." 성민이형은? 모르겠다. 가끔 "나도 나이 먹는데." 그런다. 다들 더 나은 선택지가 있다. 서울 가면. 대기업 가면. 근데 여기 있다. 왜? 화요일 아침 출근했다. 준호가 또 커피 뽑아놨다. "대표님 어제 늦게까지 계셨죠?" "어떻게 알아?" "불 켜져 있더라고요. 집 가는 길에." 아무 말 안 했다. 성민이형이 말했다. "주말에 친구 만났는데." "네." "LG 때 같이 일하던 애. 걔가 그러더라. '너희 회사 재밌겠다' 하더라고." "재밌나요?" "글쎄. 재밌는 건가? 근데 나쁘진 않아." 준호가 끼어들었다. "전 좋아요 사실. 여긴." "왜?" "음... 어제 카카오 간 동기랑 통화했거든요. 걔 말 들어보니까 거긴 거기 나름대로 빡세더라고요. 야근도 많고. 팀도 20명이라 눈치 보이고." "그래도 연봉은." "그건 맞죠. 근데 전... 여기서 뭔가 만드는 게 더 보람차요." 거짓말 같았다. 근데 표정은 진지했다. 왜 안 떠날까 생각해봤다. 진짜로. 연봉은 우리가 적다. 팩트다. 삼성 네이버 카카오 절반도 안 된다. 사무실도 초라하다. 판교 스타트업들 인스타 보면 부럽다. 우린 인테리어 예산도 없다. 복지도 없다. 점심 지원 7000원 전부다. 야근 수당도 없다. 법대로 주면 회사 망한다. 그런데 왜 안 떠날까. 성민이형한테 물어봤다. 솔직하게. "형. 연봉 두 배 주는 데 있으면 안 가요?" "글쎄." "솔직히요." "솔직히... 고민은 하지. 근데 여기가 편해." "편하다고요?" "응. 나이 먹으니까 편한 게 중요해. 서울 가면 출퇴근 2시간이야. 대기업 가면 보고 라인 5단계고 눈치 봐야 하고. 여긴 뭐 대표한테 바로 얘기하면 되잖아." 준호한테도 물었다. "너 진짜 카카오 가고 싶지 않아?" "가고 싶죠. 솔직히." "그럼 왜 안 가?" "지원해도 붙을지 모르겠고요. 그리고 여기서 하는 일이 좀 더... 내 거 같아요?" "무슨 말이야?" "대기업 가면 톱니바퀴 하나잖아요. 근데 여기선 제가 만든 게 바로 고객한테 가고. 그게 좀 좋아요." 수진씨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 에이전시에서 연락 왔는데요. 거절했어요." "왜?" "거기 다니다 온 거라. 또 그럴 바엔... 여기서 천천히 가는 게 낫죠. 야근도 없고 가족 저녁 같이 먹을 수 있고." 은영씨는. "전 대전 아니면 못 살아요. 친정도 있고 어린이집도 가깝고. 서울 가자고 하면 남편이랑 싸워요." 지훈이만 애매했다. "저 진짜 대전 오고 싶어요." "판교 괜찮잖아." "외로워요 혼자. 팀이랑 밥 먹고 싶고. 근데 영업은 서울에 있어야 하니까..." 다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연봉만은 아니구나. 싶었다. 수요일 점심 또 백반집 갔다. 김치찌개였다. 은영씨가 말했다. "대표님. 우리 회사 올해 매출 목표 얼마예요?" "1억." "작년엔?" "6천." "오 좋네요. 그럼 내년엔?" "3억 목표." 준호가 물었다. "그럼 우리 연봉도 오르나요?" "당연하지. 내년에 30% 올려줄게." "오! 진짜요?" "그래야 너희가 안 떠나지." 다들 웃었다. 근데 나는 불안했다. 3억 찍을 수 있을까? PoC 하나 성공해야 하는데. 성민이형이 말했다. "대표 걱정하지 마. 우리 다 안 떠나." "왜요?" "여기 나쁘지 않아. 진짜로. 연봉은 적지만 나름 괜찮아." "괜찮다는 게..." "편해. 사람들도 좋고. 일도 의미 있고. 그리고 뭐... 우리가 대전 사람들이잖아." 그 말에 다들 고개 끄덕였다. "맞아요. 우린 대전 팀이니까." "여기서 대전 기업 하나 만들어보자고요." "서울 부럽긴 한데 우리도 할 만해요." 밥 먹으면서 그런 얘기들 했다. 나는 아무 말 못 했다. 괜히 뭉클했다. 목요일 KTX 안 서울 투자사 미팅 갔다. 오전 11시 미팅. 새벽 6시 첫차 탔다. 노트북 켰다. IR 자료 봤다. 옆자리 사람이 물었다. "스타트업 하세요?" "네." "서울이요?" "대전이요." "아 그래요? 힘드시겠어요." "괜찮아요." 힘들다. 솔직히. VC들 만나면 꼭 묻는다. "왜 대전이세요?" 그럼 나는 말한다. "대전에 좋은 인력 많고요. 제조업 강점 있고요. 생활비도 저렴하고요." 근데 속으론 생각한다. '그냥 여기가 집이라서.' 투자사 미팅 끝났다. 별로였다. "다음 라운드 때 연락 주세요." 거절이다. 에둘러 말한 거다. 판교 카페에서 커피 마셨다. 스타트업들 많더라. 다들 비슷한 옷 입고 비슷한 얘기한다. "우리 MAU가", "우리 ARR이", "시리즈A 준비 중". 부러웠다. 저 생태계가. 근데 나는 대전 사람이다. 내 팀도 대전이다. 저녁 6시 KTX 탔다. 8시 반 대전역 도착. 사무실은 아직 불 켜져 있었다. 금요일 오후 성민이형이 말했다. "다음주 화요일 PoC 시연. 준비 다 됐어." "고생했어요." "우리가 하면 되지. 뭐." 준호가 퇴근하면서 말했다. "대표님 주말 잘 쉬세요. 월요일에 봬요." "너도." "저 주말에 좀 더 손볼 건데." "야근 수당 없어." "알아요. 그래도 제가 만든 거니까 제대로 하고 싶어서요." 고맙다고 했다. 진심으로. 수진씨가 떠나면서. "대표님 우리 회사 올해 꼭 대박 나요." "그래야지." "응원할게요. 저도 열심히 할게요." 은영씨는 이렇게 말했다. "대표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다 여기 있고 싶어서 있는 거예요." 다들 퇴근했다. 나 혼자 남았다. 또. 창밖 봤다. 유성구 아파트들. 저녁 7시 불 켜지는 창문들. 여긴 서울이 아니다. 판교도 아니다. 근데 우리 팀은 여기 있다. 6명. 적은 숫자다. 연봉도 적다. 사무실도 작다. 투자도 안 된다. 그래도 다들 안 떠난다. 왜? 아마 나도 모른다. 정확히는. 근데 준호 말이 맞는 것 같다. "여기서 뭔가 만드는 게 더 보람차요." 성민이형 말도. "편해. 사람들도 좋고." 은영씨 말도. "우리 다 여기 있고 싶어서 있는 거예요." 그런 거 같다. 우린 서울 스타트업처럼 화려하지 않다. 판교 오피스처럼 멋지지도 않다. 근데 6명이 매일 같이 출근한다. 같이 백반 먹는다. 같이 회의한다. 같이 밤늦게까지 일한다. 그리고 아무도 떠나지 않는다. 적어도 아직은. 월요일 또 왔다 8시 20분 사무실 문 열었다. 벌써 네 명 와 있다. "대표님 커피요." 준호가 또 뽑아놨다. "고마워." "주말 잘 쉬셨어요?" "응. 너는?" "저 토요일에 나와서 좀 했어요." "야근 수당..." "알아요 없다는 거." 웃었다. 둘 다. 성민이형이 말했다. "이번주 화요일 PoC 잘해보자." "네." "우리 할 수 있어." 준호가 말했다. "당연히 되죠. 우리가 만들었는걸요." 수진씨가 말했다. "자료 다시 한번 봐주세요. 제가 어제 손봤어요." 은영씨가 말했다. "SNS 콘텐츠 준비했어요. 성공하면 바로 올릴 거예요." 지훈이가 서울에서 전화 왔다. "형님 저도 내일 A사 가요. 같이 하죠." 우리 팀이다. 6명. 유성구 작은 사무실. 월세 90만원. 평균 연봉 3800만원. 투자 안 되는 스타트업. 근데 이 사람들은 안 떠난다. 왜일까. 아마 우리 모두 대전 사람이라서. 여기가 집이라서. 서울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여기서 뭔가 만들 수 있다고 믿어서. 그리고 무엇보다. 같이 밥 먹고 같이 웃고 같이 일하는 게. 나쁘지 않아서. 적어도 우리에겐.직원 6명. 적지만 든든하다. 다들 각자 이유로 여기 있다.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