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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네트워크에서 소외된 느낌을 받던 날

스타트업 네트워크에서 소외된 느낌을 받던 날

판교역 앞 판교역 앞에 섰다. 오전 10시. 서울 스타트업 네트워크 행사. 초대장은 일주일 전에 받았다. "Series B 이상 대표님들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우리는? 정부 과제 2억에 엔젤 1억. Series B는 꿈도 못 꾼다. 그래도 왔다. 새벽 5시 40분 KTX. 대전역에서 3시간. 명함 50장 챙겼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제조업 B2B SaaS." 외워서 말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피치 30초 버전.로비에 들어갔다. 사람이 많다. 다 아는 사람들끼리 얘기한다. 웃는다. 명함 교환한다. 나는 구석에 섰다. 커피 들고. 아는 얼굴들 무대에 패널이 올라왔다. 4명. 토스 초기 멤버 출신. 배민 PM 출신. 쿠팡 개발자 출신. 전부 Series B 이상 대표. 객석에서 박수. 나도 쳤다. "네트워크가 중요합니다. 같이 일했던 동료가 지금 투자자가 됐어요." "판교에서 우연히 마주친 선배가 첫 고객이 됐죠." "서울대 동문회에서 CTO를 만났습니다." 전부 서울 얘기다. 판교 얘기다. 대전은 없다. 쉬는 시간. 명함 돌리는 시간이래.사람들이 움직였다. 패널한테 다가간다. 나도 가려고 했다. 이미 줄이 길다. 10명은 넘는다. 옆에서 대화 소리가 들렸다. "형, 요새 시리즈 몇 준비해?" "B 마무리 중. 근데 밸류 너무 깎으려고 해서." "우리도 그랬어. VC들이 다 똑같아." 웃는다. 편하게. 나는 모른다. 시리즈 B 밸류가 얼마인지. VC가 어떻게 깎는지. 우리는 아직 정부 과제로 산다. 소개팅 한 사람이 다가왔다. 30대 초반쯤. "안녕하세요, 혹시 어떤 일 하세요?" 기회다. 명함 꺼냈다. "제조업 쪽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이요. B2B SaaS로..." "아, 제조업이요? 저희는 B2C 커머스인데." "네, 그렇군요. 어디 계세요?" "판교요. 사무실이 여기." "저는 대전이에요." "아, 대전..." 공기가 멈췄다. 1초쯤. "거기도 창업 생태계 괜찮나요?" 이 질문. 또 이 질문. "네, 괜찮죠. 제조업체가 많아서 오히려..." "아 그렇구나. 저는 친구 만나야 해서. 명함 감사합니다." 갔다. 30초도 안 걸렸다.명함함을 봤다. 받은 명함 3장. 다 "감사합니다" 하고 받은 것들. 대화는 없었다. 가방에서 스마트폰 꺼냈다. 아내한테 카톡. "행사 별로야. 일찍 내려갈게." "왜? 안 좋아?" "그냥 우리랑 안 맞는 거 같아." 읽음 표시. 답장은 없다. 점심 시간 뷔페식이래. 샌드위치랑 샐러드. 줄 서서 받았다. 테이블 찾았다. 빈자리 있는 테이블. 4명 앉아 있다. "여기 앉아도 될까요?" "네, 앉으세요." 앉았다. 샌드위치 먹었다. 옆에서 대화 계속된다. "그 VC 어때? IR 해봤어?" "응, 했는데 질문이 너무 깊더라. 유닛 이코노믹스 파고들어서." "맞아, 걔네 그래. 근데 투자는 빨라." 고개 들었다. "혹시 어디 VC 얘기세요?" 4명이 나를 봤다. "아, 그냥요. 저도 요새 IR 준비 중이라서." 한 명이 물었다. "어디 계세요? 못 본 것 같은데." "대전이요. 제조업 쪽 SaaS." "아..." 또 그 공기. "대전에도 VC 있나요?" "아뇨, 그래서 서울로 자주 올라오는데." "힘들겠다. KTX 타고?" "네, 정기권 끊었어요." "오... 대단하네." 대단하다는 말. 칭찬 아니다. 안됐다는 소리다. 대화는 다시 그들끼리. 샌드위치 남았다. 먹기 싫었다. KTX 안 오후 3시 KTX 탔다. 행사는 5시까지래. 더 있어봤자 똑같을 거 같았다. 자리 앉았다. 노트북 켰다. 메일함 열었다. 받은 메일 47개. 다 스팸. 보낸 메일함 봤다. 지난주 보낸 콜드메일 12개. 답장 0개. "안녕하세요, 대전에서 제조업 SaaS 만들고 있는..." 시작부터 틀렸나. "대전"이라는 단어. 지우고 다시 썼다. "안녕하세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개발 중인..." 이것도 이상하다. 어디 있는지 안 쓰면 나중에 어차피 물어본다. 노트북 덮었다. 창밖 봤다. 논이 지나간다. 집들. 공장들. 서울에서 멀어진다. 판교에서 멀어진다. 이게 맞나. 왜 서울 안 가세요 투자자들이 물어본다. 매번. "왜 서울 안 가세요?" 처음엔 정직하게 답했다. "아내가 대전 공무원이라서요. 애도 어리고." 그러면 고개 끄덕인다. 이해한다는 표정. 근데 투자는 안 된다. 두 번째부터는 다르게 답했다. "대전이 제조업 밀집 지역이라서요. 고객이 가까워서 좋습니다." 이것도 고개 끄덕인다. 역시 투자 안 된다. 세 번째는 이렇게. "비용 효율이 좋아요. 서울 연봉의 70%로 같은 인재 뽑을 수 있습니다." "아, 그런데 그게 장점인가요? 좋은 사람은 결국 서울 가잖아요." 말문이 막혔다. 맞는 말이다. 우리 회사 개발자 한 명. 작년에 카카오 합격했다. 연봉 2배. 못 잡았다. 대전에서 줄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대전 창업 커뮤니티 대전에도 커뮤니티는 있다. 월 1회 모임. "중부권 스타트업 네트워크." 참석자 15명쯤. 늘 비슷한 얼굴들. 다들 안다. 누가 어떤 일 하는지. 매출 얼마인지. 투자 받았는지. 작다. 너무 작다. 서울 행사는 오늘만 200명 넘었다. 몰라서 못 알아본 대표가 수십 명. 대전은 15명 다 안다. 새로운 사람이 없다. 지난주 모임에서 한 대표가 말했다. "우리끼리 자주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요." 다들 웃었다. 쓴웃음. "그래도 없으면 더 외롭잖아." 맞다. 없으면 더 외롭다. 투자 미팅 서울 VC 파트너 만났다. 3주 전. "시장은 좋아 보여요. 팀도 괜찮고." 기대했다. "근데 대전에 있으면 네트워크가 약하잖아요." "약하다는 게?" "개발자 채용이요. 좋은 사람 데려오기 힘들죠?" "노력 중입니다. 원격도 고려하고..." "원격은 초기 스타트업한테 독이에요. 같이 붙어 있어야 하는데." "그럼 서울로 오라는?" "제가 그런 건 아니고요. 근데 솔직히 대전에 있으면 저희가 돕기도 힘들어요." "돕기가?" "네, 저희 포트폴리오 회사들이 다 판교, 강남에 있거든요. 같이 모여서 세션도 하고, 인재 소개도 하고. 대전이면 그게 안 되죠." 투자 안 한다는 얘기였다. 멀리 있어서. 네트워크 밖이라서. 집에 와서 저녁 8시 집 도착. 아들이 뛰어왔다. "아빠!" 안았다. 무겁다. 잘 컸다. "오늘 어땠어?" 아내가 물었다. "별로." "투자 얘기라도 나왔어?" "아니, 그냥 네트워킹만." "쓸데없이 시간 쓰네." 쓸데없다. 맞다. 근데 안 가면 더 멀어진다. 그게 무섭다. 저녁 먹었다. 아내가 해준 된장찌개. 맛있다. 서울 행사 뷔페보다 백배 낫다. "판교로 이사 갈 생각 있어?" 물어봤다. 조심스럽게. 아내가 수저 놓았다. "없어. 나 여기서 10년 일했어. 지금 그만두면 퇴직금도 반토막이야." "그냥 물어본 거야." "너 하고 싶으면 혼자 가든가. 주말부부 하든가." 화난 건 아니다. 현실적인 거다. 나도 안다. 혼자 가면 안 된다. 가족이 중요하다. 근데 가끔 생각한다. 서울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다음 날 사무실 출근했다. 8시. 직원들 인사했다. 6명. 다 대전, 충남 출신. 다 지역에 눌러살고 싶은 사람들. 개발자 2명. 둘 다 30대. 서울 가기엔 늦었다고 생각하는 나이. 영업 1명. 판교 상주. 월세 회사에서 대준다. 그것도 부담이다. 디자이너 1명. 졸업하고 바로 들어왔다. 포트폴리오 없었다. 뽑아서 키웠다. 기획자 1명. 제조업 15년 경력. 삼성전자 협력사 출신. 총무 1명. 우리 사무실 처음 생길 때부터 있었다. 다들 열심히 한다. 근데 가끔 생각한다. 서울이었으면 이 자리에 더 좋은 사람 앉혔을까. 그럼 우리 매출이 6억쯤 됐을까. 모른다. 제조업은 제조업은 지방에 있다. 공장은 서울에 없다. 경기도 외곽. 충청도. 경상도. 우리 고객사 12곳. 8곳이 충청권이다. 차로 1시간 거리. 가까워서 좋다. 문제 생기면 당일 출장 간다. 30분 만에 해결한다. 서울에 있었으면? 그 날 못 갔다. 다음 날 가야 했다. 이게 우리 강점이다. IR 자료에 썼다. "지역 기반 밀착 지원 체계." VC들 반응. "근데 전국 확장하려면 결국 서울로 와야 하지 않나요?" 할 말이 없다. 맞는 말이다. 명함 정리 가방에서 명함 꺼냈다. 어제 받은 3장. 한 장씩 봤다. "커머스 플랫폼 대표. 판교." "AI 스타트업 CTO. 강남." "핀테크 기획자. 여의도." 전부 서울. 명함함에 넣었다. 연락할 일 없을 거 같다. 우리 명함도 봤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전광역시. 이 네 글자가 문제일까. 지우고 싶다. 근데 못 지운다. 여기가 우리 주소다. 정부 과제 오후에 정부 과제 보고서 썼다. "3분기 진행 현황 보고." 실적 적었다. 고객사 12곳. 매출 6억. 직원 6명. 목표 대비 80%. 나쁘지 않다. 근데 이게 전부 정부 돈이다. R&D 과제 2억. 사업화 지원 5천. 지역 특화 3천. 정부 과제 없으면 우리 매출은 3억도 안 된다. 이게 맞나. VC들이 싫어하는 이유를 안다. "정부 돈에 기대면 시장 경쟁력 없어요." 맞다. 근데 안 받으면 못 버틴다. 서울 스타트업들은 시드에서 5억 받는다. 시리즈A에서 20억. 우리는? 엔젤 1억이 전부다. 지인 돈이다. 아버지 친구분. 정부 과제라도 받아야 산다. 저녁 메일 퇴근 전에 메일 하나 보냈다. 서울 VC한테. 콜드메일. 제목: "지역 기반 제조업 SaaS, IR 요청 드립니다." 본문에 썼다.시장 규모 3조 고객사 12곳, 매출 성장률 월 15% 대전 기반, 충청권 제조업 밀착 지원"검토 부탁드립니다." 보냈다. 읽을까. 읽어도 답장 안 올 거 같다. 그래도 보낸다. 매주. 20통 보내면 1통 답장 온다. 확률 5%. 그 1통도 "죄송하지만 저희 투자 방향과..." 정중한 거절. 근데 안 보내면 0%다. 혼자 남아서 직원들 퇴근했다. 9시. 나는 남았다. 할 일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집 가기 싫어서. 집 가면 아내가 물어본다. "오늘은 어땠어?" 별일 없었다고 해야 한다. 사실 별일 없다. 매일 비슷하다. 개발하고, 영업하고, 보고서 쓰고, 메일 보내고. 서울은 다를까. 판교 사무실에 있으면 복도에서 투자자 만날까. 카페에서 옆자리 대표랑 얘기 트일까. 모른다. 근데 여기선 안 된다. 확실하다. 노트북 덮었다. 불 끄고 나왔다. 주차장에 차 1대. 내 차. 시동 걸었다. 집으로. 이게 답일까 대전에 있는 게 맞나. 매일 묻는다. 답은 모른다. 장점은 있다.생활비 저렴. 월세 60만원. 서울이면 200. 출퇴근 30분. 서울이면 1시간 반. 가족 가까이. 부모님, 처가 다 여기. 고객사 가까이. 제조업체 1시간 거리.근데 단점도 있다.투자 어렵다. VC 만나려면 KTX. 채용 어렵다. 좋은 개발자는 서울 간다. 네트워크 좁다. 늘 같은 얼굴. 정보 느리다. 서울 트렌드 한 박자 늦게 온다.저울질한다. 매일. 답은 안 나온다. 그냥 버틴다. 여기서. 3년 후 3년 후를 상상한다. 최선의 시나리오:시리즈 A 받는다. 30억. 직원 20명. 매출 30억. 정부 과제 비중 30%. 서울 사무실 낸다. 영업/마케팅팀. 대전 본사. 개발/지원.그래도 대전이다. 최악의 시나리오:투자 못 받는다. 직원 그대로 6명. 정부 과제로 버틴다. 5년 차에 문 닫는다.중간 시나리오:작게 간다. 매출 10억. 투자 안 받는다. 작지만 이익 낸다. 평생 6명 회사.이게 현실적이다. 나쁘지 않다. 솔직히. 근데 시작할 때 꿈은 이게 아니었다. 판교 기차역 다시 판교 간다. 다음 주. VC 미팅 잡혔다. 파트너급. 메일 답장 왔다. "관심 있습니다. 만나시죠." 20통 보낸 메일 중 1통. 기대 안 한다. 근데 간다. 명함 50장 새로 뽑았다. 이번엔 주소 뺐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만. 대전은 안 썼다. 물어보면 말할 거다. 숨길 거 아니다. 근데 명함에 굳이 쓸 이유는 없다. 소외감 소외감이 뭔가. 네트워크에서 빠진 느낌. 다들 아는 사람끼리 얘기하는데 나만 모르는 느낌. 중요한 정보는 다 서울에서 돌고 우리한테는 한참 뒤에 오는 느낌. 투자자들이 우리는 안 본다는 느낌. "대전"이라고 하면 공기가 멈추는 그 1초. 그게 소외감이다. 익숙하다. 3년째 느낀다. 근데 익숙하다고 안 아픈 건 아니다. 어제 판교역 앞에서 느꼈다. 오늘 사무실에서 느꼈다. 내일도 느낄 거다.대전행 KTX 표 끊었다.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