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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개발자를 찾다: 서울과의 눈에 띄는 격차

대전에서 개발자를 찾다: 서울과의 눈에 띄는 격차

대전에서 개발자를 찾다: 서울과의 눈에 띄는 격차 판교에서 온 선후배들 SNS를 보면 항상 같은 내용이다. "개발자 채용 공고 올렸습니다"라는 글 아래 댓글이 50개. 지원자 20명. 면접 스케줄 잡기 힘들다고 한다. 그들 얘기 들을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한 번도 그런 경험이 없어서다. 대전에서 3년을 운영하면서 배운 게 있다. 서울과 지방의 차이는 서비스 규모나 시장이 아니었다. 개발자 수급 격차였다. 같은 연봉, 같은 조건을 제시해도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공고 올린 지 3개월, 여전히 침묵 지난 3월이었다. 백엔드 개발자 1명, 풀스택 개발자 1명 공고를 올렸다. 잡코리아, 원티드, 로켓펀치 다 했다. SNS도 돌렸다. 회사 홈페이지에도 붙였다. 연봉은 대전 기준 상위권 4500만원부터 5200만원. 복지도 나쁘지 않다. 주 4일 출근 가능. 재택 무제한. 스톡옵션도 나눠줄 준비 했다. 3개월. 정확히 92일이 지났다. 연락 온 사람은 2명. 둘 다 지원 후 면접에서 떨어졌다. 한 명은 "서울로 갈 계획이 있어서요"라고 했다. 다른 한 명은 "부모님 반대가 있어서요"라고 했다. 그 사이 판교 회사에서 일하는 대학 후배한테 물었다. 그 친구 스타트업도 백엔드 공고를 올렸다고 했다. 같은 달이었다. 월급은 5000만원 + 주식. 같은 정도다. 다른 점은 지원 속도였다. 일주일 만에 10명 지원. 2주 만에 면접. 한 달 만에 채용 완료였다고 한다. 내가 했던 모든 노력은 뭐였나. 공고 올리기, SNS 홍보, 대전 커뮤니티 찾아다니기. 다 헛수고였나. 서울 후배에게 물었다. "너희는 지원자가 많긴 해? 근데 질이 좋아?" 그 친구 대답은 씁쓸했다. "질? 그건 모르겠는데, 어쨌든 선택지가 많긴 해. 대전이 어때?" 못했다. 대답을 못 했다. 같은 돈, 다른 선택 연봉을 올려봤다. 45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게임 회사나 대기업 인턴 수준이다. 대전에선 거의 톱 티어 급이다. 같은 공고를 다시 올렸다. 지원자는 3명. 이전과 비슷했다. 한 명은 인턴 경력 1년, 한 명은 팀프로젝트 경험만 있는 사람, 한 명은 정말 잘하는 사람이었다. 잘하는 사람과 면접을 잡았다. 대전 출신이었다. 서울에서 일하다가 부모님 병환으로 내려온 사람. 결과적으로 우린 그 사람을 채용했다. 근데 그 사람도 "1년 정도 있다가 다시 서울 갈 예정"이라고 했다. 반대로 서울 후배한테 물었다. 연봉을 올려도 괜찮은가. 그 친구는 웃었다. "올려서 뭐하냐. 지금도 선택 못 할 정도인데." 그때 깨달았다. 이건 연봉 문제가 아니었다. 위치 문제였다.생태계의 차이 이건 개발자 개인의 선택이 아니었다. 생태계 자체가 다르다는 거였다. 서울에 있으면 한 회사 안 돼도 다음 회사가 있다. 5분 거리에 10개 회사. 30분 거리에 100개 회사. 실력이 있으면 언제든 이직할 수 있다. 커뮤니티도 있다. 강의도 있다. 멘토도 있다. 스터디 그룹도 있다. 개발자로서 성장할 모든 인프라가 있다. 대전은 어떤가. 개발 회사는 있다. 근데 IT 회사가 있는 게 다다. 다음 직업까지의 거리가 멀다. 대학생들은 아예 처음부터 서울로 간다. 왜냐하면 "대전에 괜찮은 IT 회사가 없다"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삼성 가고, 나중에 서울에서 스타트업 했고, 이제 내려와 있다. 서울에서 온 우리 판교 거점 직원이 말했다. "회장님, 개발자 이직 속도 보셨어요? 서울은 월 평균 5~10%가 이직해요. 개발자 유통시장이 활발해요. 근데 대전은요? 애초에 시장 자체가 작으니까 이직할 데가 없어요." 맞다. 대전에 좋은 개발자가 없는 게 아니었다. 좋은 개발자들이 서울로 다 가는 거였다. 그들 입장에선 당연한 선택이다. 숫자로 본 현실 사람들은 항상 물었다. "왜 대전에 있어요?" 나도 현실적으로 계산해본 적 있다. 상황 A: 서울로 본사 이전판교 오피스 임차료: 월 1200만원 개발자 4명 연봉 상승분: 월 1500만원 (대전 대비) 대면 미팅 시간: 주 30시간 절약 1년: 총 3억 2400만원 추가 비용상황 B: 현재 (대전 본사 유지)임차료: 월 350만원 개발자 연봉: 현재 수준 KTX 왕복: 월 280만원 서울 미팅 이동 시간: 주 10시간 소요 개발자 채용 실패율: 90%계산은 명확했다. 서울로 가면 확실히 더 비싸다. 근데 채용 성공률이 10배 다르다. 아내한테 이 계산을 보여줬다. 아내는 "그냥 대전에서 잘 돌아가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맞다. 지금도 잘 돌아간다. 월 매출 600만원. 대기업 PoC 진행 중. 정부 과제도 있다. 그래도 불안하다. 불안의 원인은 간단했다. 개발 인력이 없으면 기술 고도화가 안 된다. 기술 고도화가 안 되면 대기업이나 해외 시장 진출이 어렵다. 하면 못하는 게 아니라 속도가 느리다. 스타트업은 속도다. 속도가 느리면 진다.해결책은 없는가 벤처캐피탈과 미팅을 할 때마다 물어본다. "지방 스타트업이라는 게 문제 되나요?" VC들은 항상 같게 답한다. "아니요, 좋은 팀이면 상관없어요." 다음 질문은 자동으로 나온다. "그럼 개발자 채용이 어렵다면요?" 그때 VC들은 침묵한다. 아니면 "원격 근무로 해봤어요?"라고 한다. 원격 근무. 시도해봤다. 서울 개발자 2명과 면접했다. 다 탈락했다. 이유는 "원격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출퇴근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었다. 결국 같은 문제였다. 대전으로 내려올 생각이 없다는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뭔가. 계속 고민했다.서울로 옮긴다 - 비용 3배, 가족 반발 해외 개발자를 쓴다 - 시간대 차이, 언어 장벽, 관리 복잡 인공지능으로 채운다 - 아직 B2B SaaS 레벨 아님 현재 팀으로 최선을 다한다 - 이미 하고 있음현재 팀. 6명. 백엔드 1명, 프론트 1명, 인프라 1명, 그리고 나포함 하이브리드. 우리는 3개월에 피처 1개 정도 낸다. 서울 같은 규모 팀은 주 1개다. 계산해보면 속도 격차는 4배다. 나는 이 격차를 뭔가로 채워야 한다. 코드로? 아니면 영업으로? 진짜 문제는 다른 곳 최근에 깨달았다. 개발자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는 걸. 진짜 문제는 "선택지의 부재"다. 좋은 개발자는 선택을 한다. 어디서 일할지. 누구와 일할지. 뭘 만들지. 개발자가 적으면 선택권이 많다. 대전은 선택권이 없다. 그래서 개발자들은 처음부터 서울을 간다. 만약 대전에 좋은 스타트업이 10개 있었다면? 개발자들이 남아있지 않았을까. 만약 연쇄 창업자들이 많았다면? 이탈리 효과가 생기지 않았을까. 근데 그건 내 문제가 아니다. 개인 스타트업 대표로서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생태계 문제다. 정부 정책 문제다. 지역 경제 문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뭔가. 오늘도 KTX에 탄다. 월요일. 서울 미팅 3개. 개발자 네트워킹 1개. 새벽 5시 40분 첫 차. 노트북 꺼내고 시작한다. 팀에서 미처 못 한 코드 리뷰. 너무 피곤해서 자다 깨어 나면 대전이다. 아내는 "또 가세요?"라고 했다. 나는 "마지막 PoC 미팅이야"라고 했다. 그건 거짓이다. 이런 출장은 계속 있을 거다. KTX 창밖으로 대전 들판이 보인다. 노란 유채꽃이 피고 있다. 멀리서 보면 예쁘다. 안에 있으면 답답하다. 이게 지방 스타트업의 현실이다. 선택이 아니라 현실이다.판교는 지원자가 50명인데 난 3개월에 0명. 이게 격차라고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