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From
Vc에게
- 25 Dec, 2025
밤 11시, 서울 VC에게 콜드메일 보내기의 반복
밤 11시, 노트북을 켠다 아이를 재웠다. 아내도 거실 소파에서 졸고 있다. 나는 서재 책상 앞에 앉는다. 노트북을 켠다. VC 리스트 엑셀을 연다. 90개 회사. 초록색은 메일 보냄. 노란색은 답 옴. 빨간색은 거절. 흰색이 오늘 할 일이다. 오늘은 7개를 보낼 예정이다. 월요일엔 10개, 화요일엔 5개. 이렇게 매일 밤 11시부터 12시 반까지가 내 VC 타임이다.커피를 한 잔 더 탄다. 믹스커피. 세 번째다. 메일 템플릿은 20가지 처음엔 한 통 쓰는데 2시간 걸렸다. 지금은 20분이면 쓴다. 템플릿이 20개쯤 있다. "제조업 B2B SaaS", "스마트팩토리", "대전 기반", "삼성전자 출신". 이 키워드 조합으로 20가지 버전을 만들었다. VC마다 포커스가 다르니까. 어떤 곳은 제조업 강조, 어떤 곳은 기술 강조, 어떤 곳은 팀 강조. 크런치베이스에서 그 VC가 어디에 투자했는지 본다. 비슷한 회사 있으면 메일 서두에 쓴다. "귀사가 투자하신 OO와 유사한..." 이런 식으로. 개인화가 중요하다고들 하니까. 실제로 답장률이 5%에서 8%로 올랐다. 3%p가 큰 거다.오늘 첫 번째는 판교에 있는 곳이다. 제조업 포트폴리오가 3개. 시드 중심. 우리랑 맞다. 제목: "[스마트팩토리 SaaS] 삼성전자 출신 창업가, 시드 투자 문의" 본문 400자. 더 길면 안 읽는다는 걸 배웠다. 회신율 8%, 미팅율 1.2% 지난 3개월간 보낸 메일이 127통이다. 회신은 10통. 8%. 그 중 실제 미팅까지 간 건 2건. 1.5%. 한 곳은 15분 줌 미팅 후 "타이밍이 안 맞네요". 다른 한 곳은 IR 자료 요청 후 소식 없음. 근데 나는 계속한다. 왜냐면 이게 유일한 방법이니까. 엑셀러레이터 추천? 우리는 이미 정부 과제로 밸류 50억 잡혔다. 액셀 들어가면 지분 또 내야 한다. 우리 같은 제조업은 엑싯까지 7년 걸린다. 지분 계산이 안 맞는다. 지인 소개? 대전엔 VC 아는 사람이 없다. 서울 친구들은 스타트업 안 한다. 삼성 동기들은 다 본사 갔다. IR 데모데이? 1년에 2번 있다. 근데 그것도 결국 선발이다. 200팀 지원해서 20팀 뽑힌다. 확률 10%. 그럼 콜드메일이 답이다. 무한 시도가 가능하니까. 127통 보내는 데 드는 건 시간뿐이다. 밤 11시부터 12시 반. 나한테 남는 시간이다. "지방 스타트업"이라는 장벽 가끔 답장이 온다. 그럼 기분이 좋다. "IR 자료 보내주세요." 이 한 줄만 와도 좋다. 근데 꼭 나오는 질문이 있다. "본사가 대전이시군요. 서울 이전 계획은요?" 이게 3번 중 2번은 나온다. 나는 준비된 답을 한다. "대전은 제조업 인프라가 좋습니다. 고객사들도 충청권에 많고요. 영업 거점은 판교에 있습니다." 실제로 맞는 말이다. 우리 고객 7곳 중 5곳이 대전/청주/천안이다. 공장이 여기 많으니까. 근데 VC들은 고개를 젓는다. "개발자 채용은요?" "후속 투자는요?" "엑싯 시나리오는요?"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서울로 오세요." 나도 안다. 판교 가면 개발자 구하기 쉽다. 네트워킹 이벤트 매주 있다. VC 미팅 잡기 쉽다. 후속 투자 확률 높아진다. 근데 우리 아내는 대전 공무원이다. 6년차. 사표 쓰면 안 된다. 양가 부모님 다 대전이다. 아이 봐주는 분들이다. 어린이집도 여기다. 나 혼자 서울 가서 주말부부? 생각해봤다. 아이가 2살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 아빠 없는 주말이 2년 계속되면 안 된다. 그래서 나는 대전에 있다. 매주 화요일 서울 출장 간다. KTX 정기권 끊었다. 한 달 48만원. 회사 돈이다. 오늘도 7통을 보낸다 시계를 본다. 11시 47분. 7통 다 보냈다. 평소보다 빨리 끝났다. 발송함을 확인한다. 134통이 됐다. 127에서 7 더했으니까. 답장이 올까? 모른다. 확률상 0.56통. 한 통도 안 올 확률이 높다. 근데 내일 밤에도 할 거다. 모레도, 다음 주도. 왜냐면 1.5% 미팅율이라도 있으니까. 100통 보내면 1.5번 미팅이다. 200통 보내면 3번이다. 3번 중에 1번은 2차 미팅 갈 수 있다. 통계적으로. 2차 미팅 3번 중에 1번은 투자 검토가 들어간다. 경험상. 그러면 600통 보내야 한 건 성사다. 지금 134통. 466통 남았다. 466을 7로 나누면 66.5일. 2개월 좀 넘는다. 그럼 2월 말에는 한 건 나온다는 계산이다. 물론 확률일 뿐이다. 안 될 수도 있다. 근데 이렇게 계산하면 버틴다. 숫자로 보면 희망이 생긴다. VC가 원하는 게 뭔지는 안다 메일 127통 보내고 답장 10통 받으면서 배운 게 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스토리"다. 숫자보다. "삼성전자 기흥 라인에서 불량률 데이터를 보다가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이 한 줄이 "월 매출 600만원"보다 효과적이다. "대전 제조업 밀집 지역에서 고객을 직접 만나며 제품을 만듭니다." 이게 "MAU 1200명"보다 먹힌다. 그래서 요즘은 숫자를 줄이고 스토리를 늘렸다. 메일 400자 중 150자는 창업 배경이다. 효과가 있다. 회신율이 8%까지 올랐다. 3개월 전엔 5%였다. 근데 미팅율은 안 올랐다. 여전히 1.5%. 왜일까 생각해봤다. 결국 "대전"이 문제다. 아무리 스토리가 좋아도 "본사 어디세요?" 물으면 끝이다. 지방 창업 지원 사업 전문 VC도 있다. 거기도 메일 보냈다. 답 안 온다. 왜냐면 우리는 이미 정부 과제 2억 받았으니까. 그쪽은 초기 중심이다. 결국 일반 VC를 뚫어야 한다. 그러려면 "대전이어도 괜찮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어떻게? 실적으로. 지금 대기업 PoC가 2건 진행 중이다. 한 곳은 현대차 협력사. 다른 한 곳은 LG 2차 벤더. 이거 하나라도 계약 전환되면 달라진다. 연 매출 5000만원짜리 고객 하나 잡히면 이야기가 바뀐다. 그럼 메일 서두가 바뀐다. "현대차 협력사 A사에 공급 중인..." 이렇게 시작할 수 있다. 그때까지 버티는 거다. 밤 11시 메일 보내기로. 엔젤은 6개월 만에 소진 작년 6월에 엔젤 투자 1억 받았다. 지인 소개로. 대전에서 제조업 하시는 분. 우리 제품 써보시고 투자하셨다. 그 돈이 지난달에 떨어졌다. 6개월 만이다. 직원 6명 월급이 1300만원. 사무실 관리비 150만원. 서버비 200만원. 합치면 1650만원. 6개월이면 9900만원. 거의 딱 떨어졌다. 정부 과제 2억은 있다. 근데 이건 R&D 비용이다. 인건비 일부만 쓸 수 있다. 월 300만원 정도. 그래서 지금은 매출로 버틴다. 월 600만원. 모자란 750만원은 어디서 나오냐면, 내 통장이다. 삼성 다닐 때 모은 돈. 퇴직금 포함 1억 2천. 거기서 회사에 넣은 게 5천. 남은 게 7천. 지금 3천 남았다. 4개월 버틸 수 있다. 그 안에 투자 받거나 매출 늘리거나. 그래서 밤 11시가 중요하다. VC 메일이 중요하다. "왜 서울 안 가세요?" 지난주 판교 미팅에서 들은 말이다. 2차 미팅까지 갔다. 드물게. IR 발표 30분 하고 질의응답 20분 했다. 마지막에 파트너가 물었다. "팀이 왜 대전에 있죠? 개발자 채용 어렵지 않나요?" 준비한 답을 했다. "제조업 도메인 특성상 현장이 중요합니다. 고객사 대부분이 충청권입니다. 개발자는 원격으로도 협업 가능하고요." 파트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표정은 아니었다. "원격 개발자 구하기도 쉽지 않잖아요. 시니어 개발자는 다 판교에 있고. 솔직히 서울 오시는 게 회사한테 유리한 거 아닌가요?" 나는 대답 못 했다. 맞는 말이니까. 미팅은 거기서 끝났다. "검토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2주 지났는데 연락 없다. 집에 오는 KTX 안에서 생각했다. '내가 틀렸나?' 아내한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여보, 우리 서울 가는 거 어때?" 아내가 바로 답했다. "싫어. 나 여기 6년 다녔어. 승진 2년 남았어. 지금 그만두면 퇴직금 반토막이야." 그러면서 덧붙였다. "당신 회사가 잘 안 돼서 내가 먹여 살릴 수도 있어. 그럴 때 공무원이 중요한 거야." 맞는 말이다. 냉정하게 맞는 말이다. 그날 밤에도 VC 메일을 보냈다. 5통. 평소보다 적게. 콜드메일의 유일한 장점 이게 공짜라는 거다. IR 대행사? 계약금 500만원. 성공 수수료 투자금의 5%. 엑셀러레이터? 지분 5~10%. 소개 수수료? 투자금의 3%. 우리한테는 다 부담이다. 근데 콜드메일은 공짜다. 시간만 든다. 밤 11시부터 12시 반. 하루 1시간 반. 1시간 반이면 710통 보낸다. 한 달이면 210300통이다. 물론 효율은 떨어진다. 회신율 8%. 미팅율 1.5%. 근데 모수를 늘리면 된다. 300통 보내면 미팅 4.5건. 반올림하면 5건. 5건 미팅하면 1건은 2차 간다. 경험상. 2차 3번 하면 1번은 투자 검토 들어간다. 이것도 경험상. 그러면 900통 보내야 한 건 나온다는 계산이다. 900통. 한 달에 250통 쓴다면 3.6개월. 4개월이다. 지금이 12월. 그럼 4월에는 한 건 나온다. 내 통장 3천만원. 4개월 버틴다. 딱 맞다. 이렇게 계산하면 잠이 온다. 어제 답장 한 통 왔다 어제 밤 11시에 메일 확인했다. 답장 한 통 있었다. "IR 자료 주시면 검토해보겠습니다." 강남에 있는 시드 VC다. 제조업 포트폴리오 2개 있다. 나는 바로 답장 보냈다. IR 자료 첨부하고 "감사합니다. 대면 미팅 가능하시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썼다. 오늘 오후에 답 왔다. "다음 주 화요일 2시 어떠세요?" KTX 표를 끊었다. 아침 7시 20분. 판교역 9시 도착. 강남까지 30분. 여유 있게 도착한다. 미팅 준비를 시작했다. IR 자료 업데이트. 최근 PoC 현황 반영. 대기업 파트너십 강조. 숫자보다 스토리. 135번째 메일에서 나온 미팅이다. 확률대로다. 이번엔 2차까지 가고 싶다. 그러려면 "대전"을 장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저희는 대전에서 현장 중심으로 일합니다. 고객사 공장까지 차로 20분입니다. 서울은 영업 거점만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프레이밍하기로 했다. 단점을 장점으로. 되겠지. 아니면 다음 기회. 136통째 보내면 된다. 오늘도 노트북을 켠다 지금 11시 3분이다. 아이 재웠다. 아내는 방에 들어갔다. 나는 서재에 앉았다. 노트북 켠다. VC 리스트 엑셀. 135통 보냈다. 오늘 7통 더. 첫 번째는 여의도 VC다. 정부 과제 많이 하는 곳. 우리랑 맞을 수 있다. 제목: "[제조업 SaaS] 정부 R&D 2억 운영 중, 시드 투자 문의" 본문 400자. 창업 배경 150자, 트랙션 150자, 미팅 요청 100자. 발송. 두 번째는 판교 초기 전문. 제조업 포트폴리오는 없는데 딥테크 투자한다. 제목 조금 바꾼다. "[스마트팩토리 AI] 삼성전자 출신, 현장 데이터 기반 SaaS" 발송. 이렇게 7통. 11시 58분에 끝났다. 발송함 142통. 내일은 143통부터. 모레는 150통. 다음 주면 160통. 200통 넘으면 미팅이 하나 더 나온다. 통계적으로. 그때까지 버티면 된다.142통째 메일 보냈다. 466통 남았다. 2개월 더.